‘웽∼웽∼’ 자동화 로봇이 공장 여기저기서 굉음을 울리며 숨가쁘게 돌아간다. 생산 라인 곳곳에는 품목별로 ‘D-Q UP 00’이라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D는 동남정밀을, Q는 품질, 00은 해당 제품의 목표 수치를 나타낸다. 회사 입구에 들어서면 공장 건물 정면에 붙어 바로 보이는 ‘공정품질 나의얼굴 제품품질 회사얼굴’이라는 표어가 품질에 대한 동남정밀의 남다른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울산 소재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 동남정밀(대표 이광표 www.dongnamdc.com)의 역사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 1987년 설립 이래 현재 중국 법인 베이징동남과 코넥의 2개 계열사를 거느린 연매출 4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동남정밀 제2공장을 찾았을 때 전 세계를 누비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변속기 핵심 부품인 밸브보디가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변속기 밸브보디는 변속기를 구성하는 핵심부품 중 하나. 엔진·구동륜 회전비 조절 및 클러치 기능과 변속 기능을 조절하는 유압회로의 몸체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내부 기포제거를 통한 우수한 내압 기밀성과 특히 높은 청정도가 요구되는 부품이다.
“상반기 경기침체로 주춤했던 생산량이 7월 하반기 들면서 90%까지 회복했습니다. 이달부터는 작년 대비 100% 같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공장 책임자인 김용현 상무는 최근의 생산 상황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라인을 풀가동하며 이처럼 빠르게 생산량을 회복한 것은 동남정밀의 생산 부품이 자동차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메이커가 원하는,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최적의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동남정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고진공 다이캐스트(주조)법을 개발했고, 이 공법을 이용해 6단 자동변속기 밸브보디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고진공 타이캐스트는 기존의 진공 다이캐스트 공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공간(cavity) 진공도 38㎜Hg 이하, 탱크 진공도는 10㎜Hg 이하를 유지, 부품 경량화는 물론이고 불량률까지 대폭 개선할 수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도 일반 다이캐스트에 비해 150%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정밀은 이 공법을 이용해 기존 밸브보디의 4%대 불량률을 1% 이하로 줄였다. 일본 유수의 오랜 다이캐스트 관련기업도 불량률 1% 이하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김 상무는 “일단 다이캐스트 부품의 불량률이 높다는 점에서, 특히 변속기 밸브보디 자체의 여러 기능에 의해 신공법이 필요했던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다이캐스트 설계에 필요한 장비도 부족했고 개발 이후 평가테스트도 문제였다”며 “생기원의 다이캐스트 설계 프로그램에 대한 컨설팅 이후 자신감이 생겼고, 이후 고진공 다이캐스트 부품 개발을 위한 장비부터 설계 기술, 양산과 적용에 이르기까지 두루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재 고진공 다이캐스트 공법에 의한 자동변속기 밸브보디는 자동차 100만대에 장착돼 동남정밀에 250억원이라는 신규매출 성과를 안겨주는 효자상품이 됐다.
한발 더 나아가 동남정밀은 생기원과 함께 자동자 부품의 일체화(모듈화) 기술개발에도 나섰다. 부품 모듈화는 자동차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두 가지 또는 세 가지 기존 부품을 한 가지 부품으로 모듈화하면 경량화는 물론이고 생산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이캐스팅 장비 자체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 향후에는 다이캐스팅 부품뿐 아니라 생산장비를 직접 만드는 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계획이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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