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주력 생산하는 제품의 경쟁국이 유럽 국가인 기업일수록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 정부가 기후변화 관련 수출입 규제 장벽을 높인데 다른 결과로 풀이된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은 9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산업계 대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감축목표 시나리오에 대한 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 508개 중 91.9%는 기후변화대응 업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주력제품 경쟁국가가 유럽인 기업들은 응답자 전체(100%)가 관련 업무가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또 응답 업체 중 64.8%는 기후변화대응 관련 담당자가 있다고 답해 실제로 관련 업무를 추진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역시 주력제품이 유럽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72.5%가 기후변화 담당자가 있다고 답해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 업무가 필요하다고 느끼면서도 총량제한 배출권 거래제 등 강제적 감축 방식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 기업의 65.6%가 배출량 추이(BAU) 대비 21% 감축안을 선호했다. BAU 대비 21% 감축안은 정부 시나리오 중 가장 낮은 수준의 대안이다. 이는 지난달 녹색성장위원회가 400명의 산업계·학계·시민단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대조적이다. 녹색위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5.5%가 시나리오 2안인 BAU 대비 27% 감축안을 가장 선호했고 21% 감축안과 30% 감축안은 각각 34.8%와 27.3%의 지지를 받았다.
발표자로 나선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감축방식 및 시기 등을 미리 정하기 보다 기업 자발적으로 감축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문간·업종간·기업간 일괄적인 감축은 과도한 비용이 지출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병욱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BAU 대비 감축은 개발도상국에만 적용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방식으로는 녹색강국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해 산업계와 시민단체간의 입장차를 드러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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