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 분실땐 `속수무책`

 “잃어버린 것도 억울한 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구?”

 사업가인 사무엘 보르헤스는 최근 비행기에 수백 권의 책이 담긴 299달러짜리 킨들을 놓고 내렸다. 그는 아마존 측에 자신의 킨들 계정을 폐쇄한 뒤 일련번호를 재등록 금지 명단에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뜻밖에 이를 거절했다. 지난 7월 킨들 콘텐츠 강제 삭제로 한바탕 곤욕을 치른 아마존이 이번엔 무성의한 분실 제품 대응 정책으로 고객을 두 번 울리고 있다.

 ◇정보 제공에 영장 필수(?)=아마존은 영장을 소지한 경찰의 요구가 있어야만 제품을 습득한 새 주인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마존의 킨들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마존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르헤스는 “아마존은 분실한 제품이 또다른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주인에게 이를 돌려주는 것보다 이를 훔치거나 습득한 새 사용자에게 당장 콘텐츠를 더 파는 쪽을 택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드류 허드너 아마존 대변인은 e메일 답변을 통해“아마존은 규정에 따를 뿐”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고객 두 번 울리는 아마존=외신은 이번 분실 킨들 논란으로 아마존의 대고객 마케팅이 또 한번 딜레마에 부딪쳤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아마존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 ‘동물농장’ 등이 불법 저작물이라고 판단, 강제로 이를 킨들에서 삭제해 물의를 일으켰다.

 뒤늦게 아마존은 공식 사과에 환불 등 조치를 취했지만 집단 소송에 휘말리며 기업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

 뉴욕타임스는 이유가 어떻든 아마존의 분실 제품 관련 정책이 매우 ‘독특하다(unique)’고 비꼬았다.

 한때 소프트웨어 업체를 운영했던 보르게스는 아마존에 대해 새 정책을 제안했다.

 분실된 제품이 누군가에게 넘어가 다시 사용되기 전에 원래 주인에게 e메일을 보내 ‘이 제품을 다른 사용자에게 판매했다”는 것을 인증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아마존은 공식 답변을 회피했다.

 ◇미국 IT 기업, 소극적 정책 빈축=뉴욕타임스는 이번 아마존 킨들 분실 정책 논란으로 소극적인 미국 IT 기업들의 대응까지 빈축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영국 주요 이동통신사업자들은 휴대폰 일련 번호를 포함한 블랙리스트를 보유하고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도난당한 휴대폰을 정지시켜 재등록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폰을 분실한 고객이 위치추적 기능 등을 통해 제품을 찾을 방법은 있지만 아이폰 판매 이통사인 AT&T가 서비스를 정지시키지는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무선통신 대표단체인 CTIA의 존 월스 대변인은 “휴대폰의 경우 미국 이통사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휴대폰 가격이 싸기 때문에 도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리우스XM으로부터 분리된 캐나다의 시리우스위성라디오는 가입자가 제품 분실 및 서비스 중단에 대한 문서에 서명만 하면 서비스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