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전자제품의 소비전력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에너지효율 규제가 확산되면서 관련 제품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6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발표한 세계무역기구(WTO) 자료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해 중국·EU·남미 등 24개국이 신규 도입한 에너지효율 관련 기술규제 건수는 지난해에만 총 68건이다. 이는 전년(25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같은 해에 집계된 모든 기술규제(1248건)의 5.4%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서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에너지효율 규제 건수는 6월 말 기준으로 21건을 기록했다. 연내 60건을 돌파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국산 전자·IT제품의 주요 수입국들이 이 같은 기술규제를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변칙 활용한다는 점이다.
정기원 기표원 연구관은 “평판TV는 전력소모의 국제표준이 없다. 세탁기·냉장고 역시 에너지효율 정의가 불분명하다. 또 유럽방식 제품에만 측정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우리에게 불리하다”며 “가전·IT제품을 주력 생산하지 않는 EU나 미국 등 선진국이 국제표준화 활동을 주도하면서도 이들 제품의 국제표준화를 의도적으로 외면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종 첨단 기능 등을 다수 내장해 비교적 전력소비량이 많은 국산 가전·IT제품은 브라운관 TV나 구형 냉장고에 적용되던 기존 에너지효율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대다수 제품이 저등급을 받거나 아예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기표원은 WTO의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에 현행 국제표준이 갖는 시장적합성의 취약함을 널리 알리고, 내년부터는 ISO 이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8년 국가별 에너지효율 기술규제 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