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8개 컨설팅회사 대표가 전하는 침체기 경영혁신 전략

  최근 각종 경기 지표에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비상경영 체계를 벗어던졌다. 세계 각국의 정부들이 이제는 출구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위험 요인들이 남아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높다. 일부에서는 더블유(W)나 엘(L)자 형 경기회복을 얘기하기도 한다. 좀처럼 앞으로의 경기를 내다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최고경영자(CEO)나 기업의 혁신전략을 주도해야 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CIO BIZ+는 불확실성 시대에 CEO·CIO 등 경영진이 고민해야 할 경영혁신 전략의 방향을 살펴보기 위해 딜로이트컨설팅, 삼일PwC컨설팅, 삼정KPMG어드바이저리, 아서디리틀, 언스트앤영, 액센츄어, 투이컨설팅, 한국IBM GBS 등 대표적인 전략·IT 컨설팅회사 대표들을 만났다.



지금의 경기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컨설팅회사 대표들은 경기회복 혹은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단언하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이번 인터뷰에 응한 8명의 컨설팅 업체 대표 중 6명이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나머지 2명도 이와 유사한 견해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시나리오 대응 위해 유연성·민첩성 갖춰야=8명의 컨설팅회사 대표 중 절반은 현재의 경기상황에서 기업이 취해야 할 자세로 시나리오 경영을 제시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앞날을 예측하기가 더 힘들어진 만큼 다양한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근 아서디리틀 아시아 총괄대표는 “각종 위험 요인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나리와 대응방안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양한 시나리오와 이를 기반으로 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수많은 리스크를 예방하거나 줄일수 있는 해법이 될 수 있다. 한찬희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기업 경영에 있어 리스크는 항상 존해하고, 회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시나리오 경영을 통해 전략, 운영, 시장, 재무 등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 경영을 추진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검토가능한 수많은 시나리오 중 어떤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어떤 실행방안을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컨설팅회사 대표들은 현 경기상황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분석팀을 기업내에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담팀을 두고, 경영환경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각종 긴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감지 및 대응(Sense and Respond) 시스템을 갖추라는 것이다.

김희집 액센츄어코리아 대표는 “현재로서는 앞으로 어떤 변화가 올지에 대해 더 많이 듣고, 봐야 할 때”이라며 “경영환경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은, 경쟁 환경에서 변하지 않는 승자의 규칙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업들이 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선택된 시나리오에 맞게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방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연성과 민첩성을 갖춰야 한다고 컨설팅회사 대표들은 입을 모았다. 현재의 경기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예측된 시나리오대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단기간 내 급변하는 상황인 만큼 기업 경영도 이에 대응해 빠르게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현 투이컨설팅 대표는 “유연성이 갖춰지면 비용 관점에서 경기가 어려워졌을 때 비용을 통제하기가 수월해진다”면서 “반면 경기가 좋아질 때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나이젤 나이트 언스트앤영 아시안지역 어드바이저리 총괄리더도 “급변하는 경영 상황에서 기업들은 민첩성을 갖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내부 혁신과 강점 극대화로 내실 다질 때=기업들이 유연성과 민첩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 혁신이 시급하다고 컨설팅회사 대표들은 강조했다. 성장기에는 잘 볼 수 없었던 내부의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경기침체기를 겪으면서 눈에 들어오게 되는 만큼 내부 혁신을 추진하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무조건 외형을 늘리기 보다는 내실을 다질 때라고 충고한다.

나이젤 총괄리더는 “사람들은 몸이 아프거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가장 먼저 건강검진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운동을 하고 식습관도 개선하게 된다”면서 “기업들도 경기 상황이 안좋으면 진단을 받고, 그에 맞게 내부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즉, 그동안 성장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제는 리스크관리, 자산보호, 효율성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경준 삼일PwC컨설팅 대표도 “오히려 현재 상황을 내부 체질개선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사례로 이들 컨설팅회사 대표들은 무분별한 IT투자를 들었다. 김인현 대표는 “기존의 IT투자는 방향성 없이 방만하게 이뤄진 경우가 많았다”면서 “단지 남들이 하기 때문에 진행하는 IT투자의 경우 기업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IT역량 강화하기 위해서는 IT조직의 내부 혁신도 시급하다고 컨설팅회사 대표들은 조언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기업들이 갖고 있는 강점을 극대화 시켜야 한다는 점도 요구됐다. 김영효 삼정KPMG어드바이저리 대표는 “어려운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면서 “기업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로 과거 해외에서 중저가 차로 인식돼 왔던 현대·기아자동차가 꾸준히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고급차로 인식되기 시작한 점을 들었다. 즉,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에 맞게 제품경쟁력을 극대화 시킨 것이 현대차의 성공비결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IT인프라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수용하거나, 또는 기존 비즈니스의 변화를 적절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유연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최근 기업들이 IT인프라의 유연성을 갖기 위해 오픈 플랫폼을 적용하거나 업무 시스템을 모듈화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재계 순위 바꿀수 있는 중요한 시기=상대적으로 유동성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있는 기업에게는 과감한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어려운 경기 상황을 겪으면서 외부 투자를 자제한 일부 기업들은 상당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장경준 대표는 “자금 유동성이 확보된 기업은 현재처럼 불안정적인 상황이 오히려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좋은 시점”이라며 “전혀 새로운 신규 사업보다는 기존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대가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제프 조단 한국IBM GBS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항상 성장의 모멘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기존 사업이나 신규 사업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이를 성장동력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단 대표는 “필요하다면 투자를 통해 기존 사업이나 신규사업을 통한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엿다.

컨설팅회사 대표들은 지금이 재계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이석근 대표는 “지금 상황을 잘 대처하면 향후 50위하던 기업이 10위권으로 진입할 수도 있고, 10위권 기업이 그 밖으로 밀려 날 수도 있다”면서 “대응을 잘 해나가는 기업에게는 10년만에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희집 대표도 “전략적인 배팅이 필요한 시기”라며 “향후 2년간은 재계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혜권기자 hkshin@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