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RL의 진정한 가치는 CPM
기업회계 투명성과 재무정보 생성·유통 자동화를 강화하기 위해 XBRL 기반 재무회계 및 업무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국가가 늘고 있지만 XBRL 시스템의 진정한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기업퍼포먼스관리(CPM)이다.
미 CFO닷컴은 미 기업들 대부분이 XBRL 기반 시스템을 외부제출 보고서 작성용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며, XBRL 시스템은 기업 내부의 혁신에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는 주장을 폈다. 가트너 또한 지난 7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점을 언급하며, 이것이 CFO와 CIO가 알아야 할 진정한 XBRL의 가치라고 지적했다.
XBRL은 전자인식기호(전자태그의 일종)를 이용해 계정과목의 대차관계·계산방식·표시순서 등 기업재무정보를 정의하도록 한 국제표준 규약이다. 기업 회계보고가 투명해지고 알아보기 쉬워져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으며, 기업 내부적으로는 재무정보 생성과 유통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국 내 기업들의 XBRL 기반 재무정보 제출 의무화 시한을 확정했다. 우선 올초 자발적 조기적용프로그램을 실시해 자산 50억달러 이상의 500대 대기업들은 지난 4월 분기 보고서를 XBRL로 작성해 제출했고 2010년 6월까지 1800개 기업들로 확대한다. 궁극적으로 1만2000여 상장기업들은 2011년 6월까지는 XBRL 재무회계보고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야 한다.
중국 또한 연말이나 내년 초에 중국기업회계준칙을 기초로 하는 XBRL 분류표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중국 재정부 회계국에 따르면 이 표준을 먼저 상장기업에 시행하고 다른 기업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연말 금융감독원의 대형 XBRL 프로젝트가 화제를 모았다. 금융감독원의 ‘XBRL 도입을 통한 은행업무 보고서 활용체계 선진화’ 프로젝트로 올 1분기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1차 구축을 완료하고 전 금융권으로 확대 적용된다.
◇스프레드시트 지옥 탈출=XBRL 기반 재무회계 보고서는 재무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고 기업 비즈니스 정보와 관련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효과가 있다. 회계정보의 보고 방법을 크게 변화시키는 기술로서 세계 최대 주식거래 시장인 미국에서 상장기업들의 XBRL 보고서 의무화 규정은 글로벌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네바다 주는 XBRL 적용으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업무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네바다 주 총회계감독관인 킴 월린은 XBRL 시스템으로 ‘엑셀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전한다.
네바다 주 내 수십개의 정부기관들은 각자의 포맷으로 재무제표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해 왔고, 네바다 주 회계감독관인 킴 월린의 사무실에서는 주 내 정부기관들이 보내온 제각각의 스프레드시트에서 관련 항목을 잘라내 마스터 스프레드시트로 붙여넣어야 했다.
네바다 주에 따르면 XBRL을 적용하기 전에 71개의 각각 다른 스프레드시트 보고서를 받았고, 대차대조를 위해 잘라내기&붙여넣기를 수십번 되풀이해 마스터 스프레드시트에 붙여넣었다. 이 작업이 끝나면 다시 지불결제를 위해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해야 했다. 엄청난 수작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데이터 정합성 문제도 불거졌다.
네바다 주는 XBRL 적용으로 주의 회계 보고 및 지급결제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과 수작업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게 됐다. XBRL 프로젝트는 모든 단순 노동을 제거할 수 있도록 했는데, 주 내 기관들의 XBRL 태그 장착 보고서들은 XBRL 분류체계 저장소(리포지토리)로 전송되며, 동일한 XBRL 태그 리포트를 장착한 지불결제 데이터가 돌아온다.
네바다 주는 XBRL 도입의 가장 큰 혜택으로 수작업 및 작업 시간의 대폭적인 단축보다 강력한 내부 통제권을 확보하게 된 것을 꼽고 있다. 또한 회계감독관인 킴 월린은 XBRL이 강력한 BI 툴로서 사용될 수 있다고 전한다.
◇ERP의 임베디드 XBRL 미흡=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XBRL의 거대한 잠재성에 동의한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MS의 경우 SEC의 조기적용프로그램이 발표되기 전인 2004년부터 내부 리포팅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XBRL 적용을 언급해 왔으나 아직 실행 전이다. 그 이유에 대해 MS 재무회계리포팅 수석이사인 봅 로(Bob Laux)는 일반 원장시스템 및 ERP 업체들이 내부 리포팅용으로 설계된 임베디드 XBRL 기능을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MS를 포함해 대다수의 기업들이 내부 업무에 XBRL을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CPM 차원에서 XBRL의 높은 잠재성에는 동의하나 기업 내 모든 정보에 대해 데이터 태그를 장착하는 작업은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봅 로 수석이사는 “외부 보고용 정보에 비교해 기업 내부에서 가용되는 방대한 정보에 태그를 장착하는 것은 큰 부담이며, ERP 소프트웨어에서 이 작업을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RP 소프트웨어의 내재된 기능 없이는 몇 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다.
가트너의 리서치 담당 부사장 밴 데커도 이에 동의한다. 기업들은 ERP 업체들이 이를 지원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ERP 업체의 양대산맥인 오라클과 SAP 둘 다 XBRL 분류체계 업체인 UB매트릭스와 제휴를 맺고 있다. 그러나 이 ERP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은 외부 제출용 보고서다. CFO닷컴에 따르면 오라클과 SAP는 ERP와 일반 원장 시스템 안에 분류체계 가치를 구축하는 것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재무회계 콘솔리데이션을 추가해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ERP 솔루션 업체들은 기업들의 수요가 없는 한 임베디드 XBRL 기능 개발에 선투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AP의 기업성능관리(EPM) 솔루션 마케팅 담당 제임스 피셔 수석이사는 “SEC가 규정한 외부 제출용 회계 보고서 외에는 아직 기업들의 수요가 없다”고 답했다. 올 2월 SAP는 SAP 비즈니스 오브젝트 XBRL 퍼블리싱을 발표했으며, 이를 이용해 기업은 SAP ERP의 데이터에 태그를 장착하고 내부용 분류체계를 개발할 수 있다.
가트너는 기업들의 XBRL 적용이 외부 제출용 보고서 작성 이상으로 확장돼야 한다며,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서 임베디드 XBRL 기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기업 내외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들간 재무회계 데이터의 통합을 요구한다. 또한 가장 먼저 CPM 애플리케이션에서 XBRL을 지원해야 한다. 가트너는 기업들이 현재 사용 중인 CPM 애플리케이션이 XBRL을 지원하는지 확인하고 지원되지 않는 버전이라면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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