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개각] 정운찬 총리 일문일답과 인선 뒷얘기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결정되기까지 적지 않은 고비와 곡절을 넘겼다.

 정운찬 내정자는 유력한 총리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으나 심대평 카드 등으로 다시 수면 밑에 가라앉았다가 이 카드가 무산되면서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주만 해도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유력 후보군에서는 제외됐다는 얘기가 돌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렵게 모셨다”며 우여곡절을 겪었음을 암시했다. 정 내정자는 2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3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정 총리 내정자는 이날 서울대 사회과학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보필해 국가 경제를 살리고 사회통합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는 학자로서 현 정부를 비판했지만 이 대통령과 대화를 해보니 경제 철학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4대 강 사업이 친환경적이고 수변 지역을 쾌적한 중소도시로 만든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행정복합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원점으로 돌리기 어렵지만 비효율적인 부문의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정 내정자와의 일문일답.

 -실세 총리 요구가 컸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나.

 ▲중요한 것은 대통령을 잘 보필해서 강한 경제의 나라보다 통합된 사회를 만드는 일이며, 대통령 권한이 얼마고 총리 권한이 얼마인지 따지는 것은 실익이 없다.

 -과거에 현 정부 정책을 많이 비판했는데.

 ▲구체적 정책에는 경제학자로서 이런저런 비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최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그분과 내 경제철학에 크게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기본적으로 경쟁을 중시하고 촉진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을 따뜻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다.

 -총리직은 언제 제의받았나.

 ▲최근이다. 내 이름이 신문과 방송에 오르내린 것은 오래전이지만 최근에야 대통령 실장과 두 번, 대통령과 한 번 만났다.

 -4대 강 사업에 비판 의견을 많이 냈는데.

 ▲대운하는 분명히 반대했다. 환경문제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경제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우선 순위에서 앞서지 않기 때문이다. 4대 강은 우선 수질개선이란 점 때문에 쉽게 반대하기 어렵다. 4대 강 사업이 청계천 프로젝트처럼 됐으면 좋겠다. 더 친환경적이고 동시에 4대 강 주변에 쾌적한 중소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규모는 자세히 검토할 겨를이 없었기에 말할 상황이 아니다.

 -장관 6명이 내정됐는데 통보만 받았나 아니면 의견을 개진하는 등 헌법상 권한을 행사했나.

 ▲충분히 행사하지 않았다. 반대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청와대 측에서) 이런 이런 사람들이 어떠냐 해서 좋다고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관계는.

 ▲예전에도 그랬고 장관이 되고서 훌륭한 언행과 경제를 보는 신축적인 관점을 갖고 있어 존경해 왔다.

 -행정복합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할 의지가 있나.

 ▲행정복합도시는 경제학자인 내 눈으로 보기에 아주 효율적인 계획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계획을 발표했고 사업도 많이 시작했기 때문에 원점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원안대로 다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복합도시를 세우되 충청도민이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원안보다 수정안으로 갈 것 같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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