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Analysis-­ 해외 사업 확대에 따른 건설사 IT 전략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건설사별 해외사업 지원 시스템 현황

 #사례1-독일의 표준규격(DIN), 일본의 표준 규격(JIS) 등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규격에 맞게 설계했어야 했는데 한국산업표준규격(KS)으로 설계해 결국 설계업체를 교체하고 재설계해야 했다. 이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급했고 설계 일정도 지연됐다.

 #사례2-계약 내용과 기술 사양 간 운송비보험료지급인도조건(CIP)에 대한 인터페이스 부분을 사전에 확인해 조율하지 못한 관계로 납기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사례3-프로젝트 수행경험 부족으로 계약상 지체보상기준 해석을 소홀히 함으로써 지체보상금액 산정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했다.

 #사례4- 수작업으로 만든 막대그래프 형태의 공정표를 공정관리패키지인 프리마베라(Primavera)에 입력 후 형식적으로 관리해왔다. 이로 인해 요소공정 지연이 전체공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납기지연이 공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공기지연 등의 문제로 이어졌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대규모 해외공사 사업을 잇달아 수주하는 등 연일 대박 뉴스를 터뜨리고 있지만 IT부서 담당자들의 심정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세계 경기 회복 조짐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기 위한 관리 체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된 사례들은 지난 몇 년간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을 추진하면서 실패했던 대표 사례들이다. 이들 사례들만 살펴봐도 프로젝트 관리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국내 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고객들의 요구 사항이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고 높은 수준의 프로젝트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IT 시스템에 대한 제안도 별도로 해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요구를 많이 하는데 지금 대부분의 국내 건설사는 이런 요구에 대응할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놓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박을 맞았다고 하지만 잘못하면 한순간에 쪽박을 찰 수도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최근에 수주한 해외 사업들은 단순 시공분야 사업이 아닌 설계·조달·시공(EPC)을 모두 포괄하는 형태의 프로젝트가 많다. 예전처럼 시공 부문만 하도급받아서 할 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우리 기업들이 EPC 주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관리 체계 선진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EPC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ERP·PMS 등 시스템 구축 절실=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 IT부서는 글로벌 표준화에 기반한 프로젝트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진수 피엠씨엠 대표는 “해외 영업 정보를 통합관리하고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이 가장 절실하다”며 “이 외에도 환리스크 등 리스크 관리 역량도 강화해야 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회계 체계도 갖춰야 하는 등 준비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말했다.

서우석 롯데건설 정보화추진단장은 “국가별 정치, 경제, 건설 관련 정보뿐 아니라 기간 인프라 현황과 건설부문 투자 계획 등의 정보를 분석해 해외사업 수주에 적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해외사업의 손익관리 지원과 현장관리 시스템도 앞으로 신경써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 사업 지원을 위한 핵심 당면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상용 ERP 시스템의 도입이다. 국가별 회계 시스템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나 외국기업과 컨소시엄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ERP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효율적인 현장 관리를 위한 협업 시스템 구축이다. 본사, 현장, 설계사, 사업주간에 대용량의 설계문서와 각종 사업관련 문서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프로젝트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이 협업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가장 많이 신경쓰는 시스템이 프로젝트경영정보시스템(PMIS)이다. PMIS는 사업 기획에서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공한다.

 송석한 대림산업 경영개선팀장은 “프로젝트 관리부터 설계, 구매관리, 커뮤니케이션 부문까지 전 영역에 걸쳐 선진 IT체계를 갖춰야 하는 시점이 왔다”며 “대림산업은 현재 원활한 의사소통과 글로벌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 PMIS 기반의 프로젝트 포털을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해외 지원 시스템 투자 본격화=국내 건설사들은 최근 해외사업 지원 시스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4월 해외 프로젝트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 1월에 완료될 예정이다.

 조용일 포스코건설 경영전략실 이사는 “표준업무 매뉴얼과 표준계약서에 예상되는 리스크를 미리 반영해 불만사항을 최소화하고자 관리체계 강화에 나선 것”이라며 “유사한 불만사항이 계속 반복되지 않도록 프로세스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롯데건설은 현재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협력사 등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관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툴 제공을 검토하고 있다.

 서우석 롯데건설 단장은 “일반 관리용 정보시스템 투자는 줄이더라도 직접적인 비즈니스와 연관된 현장 중심 정보시스템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특히 해외 사업 확대 추세에 맞춰 최적의 투자 시기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건설은 현재 프로젝트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기반의 프로젝트 관리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또 핵심 프로젝트로 설계와 구매, 시공단계에 운영되는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하는 전사애플리케이션통합(EAI) 기반의 해외정보통합시스템 구축도 올해 말 계획하고 있다.

 이윤식 한화건설 상무(CIO)는 “해외사업장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고도화시켜 향후 통합커뮤니케이션(UC) 기반의 실시간 업무 협업 시스템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대폭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RP 도입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직 전사에 걸쳐 확대 구축하는 사례는 드물지만 회계부문에만 일부 적용해 운영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삼성건설은 현재 해외 회계시스템을 유니ERP에서 SAP ERP로 교체해 개발 중이며 전사적으로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을 위한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건설도 해외현장 회계관리시스템을 본사 SAP ERP 시스템과 연동하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자체 개발 시스템 활용에 고민=국내 건설사들의 경우 그동안 상용 시스템을 도입해 활용하기보다 자체 개발한 시스템들을 선호해 왔다. 하지만 이것이 해외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해외 발주처에서 기획과 설계, 준공 단계까지 어떤 시스템으로, 어떻게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는 시스템이거나 자체 개발한 시스템의 경우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이슈로 특정 툴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해 운용 중인 시스템의 대부분이 여러 나라의 해외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고 사내 다양한 시스템들과 복잡하게 연계돼 있어 해외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서우석 단장은 “기존 시스템을 억지로 현지화해 운영하는 것보다는 해외 현장 실정에 맞게 간결하면서도 프로젝트 단위에서 통합 운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롯데건설은 이 시스템과 본부 시스템을 연동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시스템을 글로벌 시스템으로 구축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이에 일부 건설사들은 해외 사업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에 한해 자체 개발 시스템을 영문화하고 있다.

 한화건설의 경우 재무회계 영역에 구축된 오라클 ERP와 본사, 현장 간 데이터를 통합해 영문 버전의 공사관리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현재 이 시스템을 해외 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SK건설도 토목시스템과 건축시스템 전체를 영문화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포스코건설도 해외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에 한해서만 한글과 영문이 동일한 화면에 나올 수 있도록 툴을 개발해 사용 중이며, 삼성건설도 자체적으로 표준 PMIS를 개발해 영문, 중문 버전을 만들어 해외에서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시스템의 껍데기만 영문화해서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마스터 데이터까지 모두 영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영문화 작업 자체가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최근에는 자체 개발보다는 산업계 표준에 맞춘 솔루션 도입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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