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Analysis- EA의 새로운 접근법 `이머전트 EA`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머전트 EA의 속성과 규칙

 과거 IT 부서가 재량권을 가지고 결정하던 많은 일들이 비즈니스 실무부서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에 관심을 모으는 기업 GRC(Governance, Risk and Compliance)는 물론, 개발자와 IT 아키텍트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마저도 IT 부서가 아닌 비즈니스 부서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다. 결국 비즈니스 IT는 개념이나 이론이 아닌, 실행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A도 예외는 아니다. 가트너는 새로운 게임에 낡은 규칙을 적용할 수 없다며 전통적인 EA가 현 비즈니스 환경을 지원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EA의 통제권은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들이 아닌 비즈니스 부서로 이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바로 이머전트 EA 또는 미들아웃 EA이다. 9월 15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트너 EA 2009 서밋’에서 자세히 발표될 예정으로, 가트너는 서밋 기조연설 자료를 CIO BIZ+에 단독 제공했다.

정보기술(IT)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하지만 발전된 기술 그 자체로서는 의미가 없다. IT의 가치는 비즈니스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느냐로 결정된다. 또 비즈니스의 현업 실무자들의 요구를 IT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또 편리하게 지원했는가가 IT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비즈니스에 제공하는 가치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 IT는 재평가, 재정립된다. 현재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EA)가 그렇다.

가트너는 EA가 전통적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지원하지 못한다며, 새로운 접근법을 주장하고 있다. 이 새로운 접근은 이머전트 EA 혹은 EA 라이트, 라이트 EA, 미들아웃 EA 등 다양한 명칭이 있는데, 핵심은 비즈니스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소한의 규칙과 경계만 정하고, 실행 주체인 비즈니스 구성원들의 자율성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아키텍트는 비즈니스 부서 뒤로 물러나야=EA가 비즈니스 중심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가트너의 주장은 언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수년 전 ITA에 이어 EA 개념이 첫 등장했을 때부터 비즈니스와 비즈니스 가치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한글 위키백과에는 EA를 “조직의 프로세스와 정보 시스템 및 부서의 구조와 기능을 포괄적이고 정확하게 기술하는 방법”이고 “이를 통해 조직이 전략적 목표에 따라 행동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IT와 관련이 깊지만 사업 최적화도 관련이 깊고, 사업구조, 성과관리, 조직구조 아키텍처 등으로 불린다”고 기술하고 있다.

많은 EA 컨설팅 업체들이 EA의 1차 목표는 비즈니스 전략을 인식하고 그에 따라 IT 투자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EA는 비즈니스 전략을 지원하는 기술에 대해 추적성을 확보한다. 그럼에도 가트너는 현 EA가 비즈니스 가치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가트너가 말하는 이머전트 EA는 비즈니스 이해 당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 비즈니스 간 연계성이 핵심이다. 이는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들이 이제 비즈니스 부서 뒤로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의미다. 가트너 분석가인 브루스 로버트슨은 “박스(기능)을 보지 말고 선(연계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이머전트 EA를 설명하며 주식시장과 온라인 게임에 비유하고 있다.

◇EA에 자발적 참여자들의 집단 지성 필요=주식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주식은 가격 합의 후 거래되며, 증권거래소나 금융감독원 등이 주가나 공급, 수요를 결정하지 않는다. 주식 시장은 철저하게 투자자들의 독립적인 투자 활동으로 움직인다. 관련 법규제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공정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규칙을 규정하고 수행할 뿐이다. 이런 특성이 EA에도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가트너의 주장이다.

브루스 로버트슨 가트너 분석가는 “주식 시장은 대단히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또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며 “무엇보다 주식 시장은 주식 거래에 참가하는 이들의 집단 지성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시장의 참여자들이 직접 시장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는 집단 지성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머전트 EA의 핵심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지난 2003년 중단된 PAM(Policy Analysis Market)이 있다. 미 국방첨단연구사업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이하 DARPA)은 지난 2003년 테러 예측 선물(先物)거래 시장인 PAM 개설을 추진했다. PAM은 테러 공격과 요인 암살, 쿠데타 등의 발발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상품화한 시장이다.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이나 중동 등 내란과 교전이 많은 나라에서 정부 요인이 암살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상품이 있을 수 있다. 미래 일정 시점까지 이 정부 요인이 실제로 암살될 경우 미리 정해진 금액을 받게 되고 암살되지 않으면 상품에 건 돈은 날리게 된다.

암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상품 가격이 올라간다. 즉, 해당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해당 정부 요인의 암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DARPA가 의도한 것은 다양한 정보가 모이는 시장의 기본 논리를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전문가보다 오히려 더 탁월한 정보력과 분석력을 가진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근거해 중동 지역의 정치적 동향을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선거예측 결과 등에서 선물시장은 자발적 참여자들이 전문가보다 오히려 뛰어난 정보 및 분석, 판단력을 입증했으며, DARPA는 PAM 시장의 지표가 조기 경보 역할을 해 정치적 돌발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선물시장은 정부가 잔학 행위와 테러에 돈을 거는 도박장을 개설하는 것이라는 반발에 밀려 폐쇄됐다.

◇온라인게임에서 배우는 이머전트 EA=로버트슨 가트너 분석가는 주식 시장과 PAM의 공통점을 “자발적 참여자들의 집단 지성이 도출하는 정확한 예측 가능성과 분석”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한 이머전트 EA의 특성은 △비결정론적(Non-deterministic) △자율성 △규칙 △목표 지향적 △지역적 영향 △역동적 혹은 적응형 시스템 △리소스를 제한하는 환경 등 7가지로 요약되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비결정론적(Non-deterministic)=과거에는 계층적인 구조에서 중앙화된 의사결정 작업을 통해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가 설계 결과를 도출했다. 하지만 이머전트 EA에서는 비중앙화된 의사결정 방식을 적용하며, 최종적인 결과는 미리 알거나 예측할 수 없다. 또 전체 시스템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집단 지성에 의해 전체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②자율적인 참여=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들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아키텍처의 모든 것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 이제 보다 광범위한 비즈니스 에코시스템을 인식해야 하며 아키텍처의 모든 구성요소에 대한 통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

③규칙 기반 참여=과거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들은 EA의 모든 면면에 대해 세부적인 설계 사양을 제공했지만, 이제 최소한의 규칙 세트와 선택을 규정해야 한다. 개별적인 참여자들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행동하게 된다. 규칙은 적을수록 좋지만 만들어진 규칙 세트는 신성불가침한 것이며, 기업 구성원들은 EA 규칙 안에서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④목표 지향적 참여=이전에는 기업 목표만이 중요했으나 각 구성원들의 최고 관심사로 목표는 이동해야 한다. 개별적인 참여자들은 하나 이상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지만 똑같은 목표를 공유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 목표는 충돌하거나 서로 경쟁하게 될 수 있다.

⑤지역적 영향=관계자들은 지역 간 상호작용과 한정된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 의사소통 범위 내에서 피드백은 개별적인 참여자들에게 영향을 준다. 이전에는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들이 EA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머전트 EA에서는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EA는 조합되는 것이다.

⑥역동적 혹은 적응형 시스템=시스템, 즉 개별적인 참여자와 비즈니스 환경은 매순간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이머전트 EA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응답해야 한다.

⑦리소스를 제한하는 환경=이전에는 기업이었으나 이제는 비즈니스 에코 시스템이다.

로버트슨 가트너 분석가는 이머전트 EA가 온라인게임과 비슷하다고 설명한다. 게임 개발자는 게임이 진행되는 필드와 규칙을 설정하지만 게임 플레이어들의 전략까지 규정하진 않는다. 또 게임의 결과도 정해놓진 않는다. 게임의 결과물은 게임 수행 필드에서 규칙에 따르는 게임 플레이어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또 대부분의 게임에서 규칙은 적을수록 좋다.

◇미들아웃 아키텍처와 IFaP가 핵심=지금까지 기업들은 적응형 기업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관찰해 오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기업 스스로 혁신시켜왔다. 그러나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들은 기업의 변화를 촉진하기보다 변화를 관리하려고 애써온 것이 문제다.

로버트슨 가트너 분석가는 “이제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는 변화를 관리하는 대신에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 변화의 엔진을 설계하며, 필드와 규칙을 규정하고 플레이어들에게 전략 결정을 양도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아키텍처상의 컴포넌트들은 상호운영성을 갖도록 표준화돼야 하며, 아키텍트들은 이 컴포넌트들을 결정해야 한다. 비즈니스 에코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비즈니스 연계성을 중시하는 이머전트 EA에서는 그 속성상 인터페이스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안효상 딜로이트컨설팅 이사는 “EA의 핵심은 통합(integration)이며, 통합의 핵심은 인터페이스”라고 설명한다. 조직은 목표(To-be 모델)를 정하고 프로세스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단계별로 수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복된 기능은 없애고 관련 있는 기능은 연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연계성을 위한 이머전트 EA의 상호운영성은 인터페이스와 미들아웃(middle-out) 방식으로 구현된다. 미들아웃 아키텍처는 톱다운(Top Down)이나 바텀업(Bottom Up) 방식이 아니라 중간의 추상화된 인터페이스를 먼저 설계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아래 양방향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이때 인터페이스는 IFaP로 불리는 식별자(Identifier), 포맷(Format), 프로토콜(Protocol)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인터넷은 미들아웃 아키텍처의 대표적인 예이다. 인터넷의 인터페이스는 IP 주소, IP 패킷, IP 프로토콜로 구성되며 각각은 식별자, 포맷, 프로토콜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35년간 인터넷은 웹, VoIP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리눅스처럼 새로운 플랫폼으로 확장돼 왔다.

 이머전트 EA에서 IFaP는 단순할수록 좋다. 표에서 볼 수 있는 IFaP는 과거 20년 동안 가장 널리 사용된 인터페이스다. 정보가 전송되는 모든 엔드포인트에는 이 인터페이스가 쓰여왔다. 가운데(middle)에 자리한 소수의 핵심 표준세트(IFaP)를 통해 방대한 변화가 이뤄진다. 그림의 상호운영성 참조 모델은 모든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기업들은 비즈니스 레벨에서 어떻게 상호운영되는지, 그리고 시스템과 기술 레벨에서 어떻게 상호 연결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미들아웃 아키텍처는 비즈니스 연계성을 첫 번째 특징으로 하며, 두 번째 특징은 인터페이스에 의한 상호 작용으로서 비즈니스 연계성에 따라 모든 관계나 의존성을 모델화하는 것이다. 모델화되는 상호작용은 비자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신용카드 트랜잭션과 같이 고도의 정형화되고 자동화된 거래부터 손으로 쓰여진 초대장처럼 완전 수작업에 의한 비공식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다.

비즈니스 연계성이 EA의 핵심이면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들은 비즈니스 에코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도전에 부딪치게 된다. 비즈니스 부서, 공급업체, 고객, 서비스 제공업체 등이 포함된 가치 네트워크에서 비즈니스 기능과 프로세스를 이해하려면 우선 이들 구성요소들이 비즈니스 에코시스템에 어떻게 통합돼 있는지 이해하고 이들간 인터페이스를 규정해야 한다.

◇비즈니스 부서 재량권 높은 곳에 적용 = 가트너는 시장, 경제 상황, 국가, 네트워크, 기업 등 전 분야에서 복잡성과 다양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시장에 IT 백그라운드를 가진 엔터프라이즈 아키텍트들이 주도하는 EA로는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비즈니스 변화를 가장 빨리 느끼고 밀접한 이해 관계를 가지고 있는 비즈니스 부서에 EA의 주도권을 돌리고, 아키텍트들은 그 방법만 제시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이전에는 부산에서 서울에 가기 위해 누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일일이 아키텍트들이 정했다면, 이제는 그 결정을 비즈니스 부서가 하고,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고속화된 최단 거리의 도로를 닦아주는 것으로 한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의사결정 조직이 중앙화돼 있는 곳에서는 가트너의 이머전트 EA는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 안효상 딜로이트컨설팅 이사는 “이머전트 EA는 EA 패러다임의 전환이지만 기업 거버넌스가 중앙화돼 있는 곳보다 비즈니스 부서의 재량권이 큰 조직에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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