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글로벌 스타를 향해] ②불법복제가 SW 자산 좀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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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생 김지수씨(25)는 여태까지 돈을 내고 소프트웨어(SW)를 산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한다. 최근에도 조립 데스크톱PC를 샀지만 운용체계(OS)에서 한글·워드 등 오피스프로그램, 이미지파일 관리 프로그램까지 모두 ‘어둠의 경로’를 이용해 구했다.

 필요한 프로그램을 내려받고 설치하는 데는 몇 시간도 안 걸렸다. 김씨는 “조금만 수고하면 쉽게 공짜 SW를 구할 수 있는데 적게는 몇 만원에서 비싸게는 몇 십만원이나 하는 정품 SW를 살 필요를 못 느낀다”며 “돈을 주고 SW를 사는 사람이 있냐”고 되레 반문했다. 그는 “가끔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아직까지 정품 SW를 구매할 생각은 없다”고 털어놨다.

 #2. 중소 제조업체 D사는 지난해부터 제품 설계 프로그램의 정품 구매를 중단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면서 전사 차원에서 실시한 ‘비상 경영’의 일환이다. 대신 어렵지 않게 구한 복제 CD를 이용한다. 해당 프로그램을 정가로 구입하려면 수백만원에 이르지만 잘 찾아보면 포털 블로그에도 널려 있다.

 ‘단속반’이 뜨지 않을지 노심초사할 때도 있지만 회사 여건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다. D사 관계자는 “일부 정품 SW를 구매하기도 하지만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모든 SW를 정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높은 초기 비용을 생각하면 고개를 젓게 된다”고 말했다.

 불법복제 SW가 판치는 우리나라의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개별 소비자, 기업체는 주인이 있는 SW를 공짜로 쓰는 데 익숙하다. 불법 SW의 폐해로 관련 산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여전히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불법 SW 사용 현황=국내 SW 시장 규모는 2004년 105억달러에서 2008년에는 184억달러로 세계 SW 시장(2008년 9674억달러)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2007년도 기준 국내 SW 관련 사업체 수는 6341개며 종사자 수는 12만명으로 SW산업 총생산액은 30조원, 부가가치액 10조원, 수출액 54억8000만달러로 국내 경제성장 기여율이 0.78%인 중요 산업이다.

 하지만 SW 불법복제에 대한 사용자 의식이나 제도적 허점으로 SW 개발사 및 유통사들의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다. 당장 매출 손실도 크지만, 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꺾고 있다.

 컴퓨터프로그램보호위원회가 내놓은 ‘2008년도 SW 정품사용 실태 및 의식 조사 연구’에 따르면 1225개 사업체를 조사한 결과 국내 사업체 SW 불법복제율은 23.4%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수치지만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불법복제율이 20% 이하였음을 고려할 때, 복제율은 여전히 높다.

 SW별로 따져볼 때 개발용 SW의 복제율이 34.42%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응용 SW의 불법복제율이 26.44%, 시스템 SW 21.32%, 기타 패키지 SW 10.71% 순으로 나타났다. 작은 사업장일수록 불법 복제 문제가 심각했다. 종업원 규모 5∼9명의 소규모 사업체가 41.38%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10∼49명 사업장이 38.96%, 50∼249명이 26.49%, 250명 이상이 5.86%로 종업원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불법복제율이 낮았다.

 물론 PC 사용자의 대부분이 불법 복제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연구에서 10대 이상의 PC 사용자 1225명을 대상으로 의식 SW 정품 사용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은 불법복제 행위가 범죄라고 생각했다. 34%가 불법 복제를 범죄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격적 측면에서 SW 가격이 비싸다는 의식이 79.1%로 높아 불법 복제로 이어졌다.

 ◇복제 SW 왜 판치나=복제 SW를 사용하는 원인은 정품 SW 가격이 비싸서가 47.6%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복제 SW를 얻기가 매우 편리해서라고 답한 이들은 22.3%로 나타났다.

 주위 사람들도 복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서, 특별한 단속이나 법적 조치가 없어서도 각각 17.4%, 8.7%로 조사됐다. 복제 SW를 얻는 경로는 ‘컴퓨터 구입 시 미리 설치’가 48.1%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P2P 등 인터넷에서의 다운로드’ 22.9%, ‘친구 또는 동료’ 14.1% 순으로 나타났다. 향후 정부가 정품 사용 홍보·교육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적절한 단속을 해 나간다면 국내 정품 SW 사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고 파일 공유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OSP)의 서비스가 점차 다양해지고 이를 통한 SW의 온라인 불법복제는 확산 일로다. CD나 디스크를 통해 길거리에서 유입되던 복제 SW는 초고속 인터넷에 힘입어 온라인으로 주무대를 옮겼다. P2P, 웹사이트, FTP 등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불법복제 방법도 다양해졌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가 2008년 웹하드나 P2P 사이트에 올라온 불법 게시물은 11만건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3월부터 7월) 33개 주요 OSP(웹하드 28개, 포털 5개)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약 730억원 상당, 총 4만건에 이르는 SW 불법공유 게시물을 발견해 이의 공유를 중지시키고 삭제를 요청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웹하드 서비스에 3만1288건의 게시물이 등록됐고 이를 금액으로 산출하면 637억원 상당이다. 포털 서비스를 통해서는 1만2042건의 게시물을 삭제 요청했고, 금액으로는 93억원에 이른다. 포털 서비스 중에서는 네이버 블로그(26%), 네이버 카페(21%), 다음 카페(19%), 다음 블로그(17%), 야후 블로그(17%) 순서로 게시물이 등록됐다.

 인터넷 사용자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에도 불법 SW가 판을 치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년 7월 OSP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이 개정돼 상당수의 서비스 제공업자들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불법 업로드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일부 OSP는 온라인을 이용한 불법복제와 유통을 방조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품 SW 사용 절실하다=복제 SW는 악성 코드나 치명적 바이러스가 매복된 상태로 제공되는 일이 많아 컴퓨터 시스템의 손상이나 데이터 손실 등의 피해를 보기 쉽다. SW 다운로드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유출될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기업은 문제가 더 크다. 보안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소송에 휘말리거나 막대한 피해 보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정품 구입 비용보다 큰 금전적 손실을 입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불법복제는 SW 개발업체의 개발 의욕을 떨어뜨리고, 관련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켜서 장기적으로 산업 전반의 침체는 물론이고 연계 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킨다. 개발자들이 제품 개발을 포기하면,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SW를 구할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이미 이 같은 현상이 국내 SW 업계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도 저하는 물론이고 국가 간 통상 문제도 배제할 수 없다.

 복제 SW를 이용하는 이들은 정품이 너무 비싼데다, 품질 면에서 반드시 정품을 써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품 SW가 너무 비싸다는 주장은 공급과 수요의 선순환으로 해결할 문제다. 불법복제로 시장 수요가 왜곡되면서 개발업체는 손익을 맞추기 위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 불법복제 SW 사용을 억제해서 합리적인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이로 인해 수요가 늘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

 일반 개인이나 학생 등 소비자층에게 가격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 수요 왜곡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개발업체 쪽에서는 실질적인 수요가 있는데도 개발비를 보전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의 공급량 확보가 되지 않아 가격을 낮출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선순환 구조의 조기 정착을 위해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가 판매나 학생들을 위한 아카데미 버전 등이 좀 더 활성화돼야 한다. 사용자 계층에 따라 꼭 필요한 기능만 모아서 판매하는 제품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들이 비용절감이라는 명분 아래 불법 SW를 사용하는 것은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 SW는 유지보수와 업그레이드가 중요한 만큼 정품을 이용하면 이 부분에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고 SW를 새로 구입할 때는 물론이고 업그레이드 시에도 혜택이 있다.

 초기 구입 시보다 더 높은 할인율로 최신 버전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관리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SW 사용 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적절한 기술 지도 및 시스템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일정 기간 품질 보증도 가능하다. 불법복제 SW를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버그나 하드웨어와의 충돌 등 안정성 위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제품 사용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도 정품 SW를 사용하면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지식기반 산업인 SW 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의 장기 발전에 기여할 핵심 분야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관계자는 “불법복제가 SW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품 SW를 사용해 사용자와 개발자 모두 윈윈하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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