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22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차 서울을 방문한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했다.
이번 면담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 장관급 이상 인사들 간의 첫 만남으로, 당국은 ’면담’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남북간 첫 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현 장관과 김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20분부터 북측 조문단 숙소인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 스위트룸에서 남북관계 현안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양건 부장은 첫대면 인상를 통해 “(그동안 남북 당국자간에)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이번 정권(이명박 정부) 들어 첫 당국간 고위급대화임을 생각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특사 조의방문단을 환대해 주시고 모든 편의를 보장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여러 분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북남관계가 시급히 개선돼야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현 장관은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님의 국장에 오셔서 정중히 조의를 표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린다”며 “장의위원의 한 사람으로써 다시 한번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면담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의 장의위원으로서 북한 조문단을 인사차 만나는 것”이라고 회동의 성격을 규정한 뒤 “이왕 만나게 됐으니 남북간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북한의 대남 전략을 총괄하는 김 부장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문제, 향후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30일 동해상에서 월선했다가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 4명의 조기 송환을 촉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회동에서 김 부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 전달 용의를 피력할 경우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한 북측 조문단 일행의 청와대 예방이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장관은 면담에 앞서 북측 조문단의 청와대 예방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면담에는 우리 측 김천식 통일부 통일정책실장과 북측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이 각각 배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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