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미래를 위한 벤처인프라

 얼마 전 브랜드 연구기관인 밀워드 브라운 옵티머는 구글이 전 세계 기업 중에서 브랜드가치가 1000억달러가 넘는 최초의 회사가 됐다고 발표했다. 창업한 지 단 11년밖에 안 된 회사임을 생각하면 구글의 성장속도는 놀라움 그 자체다.

 구글의 성공 신화를 추적하다 보면 사회적 뒷받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구글의 처음 아이디어는 컴퓨터 천재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으로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전 세계의 정보를 모아서 검색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전폭적인 지원 때문이다.

 구글의 서비스 초기에는 스탠퍼드 대학교의 인터넷망을 이용했는데 나중에는 폭주하는 접속자로 인해서 스탠퍼드 대학교 네트워크망이 다운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브린에게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의 교수들은 선의 창업자 중 한명인 앤디 벡톨샤임이 구글에 10만달러를 투자하는 데 가교역할을 하는 등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사업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재미있는 것은 선 역시도 구글처럼 스탠퍼드 내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회사란 사실이다. 그리고 선을 창업한 후 성공한 벤처기업인으로 성장한 앤디 벡톨샤임은 후배를 위해서 기꺼이 돈을 투자한 것이다.

 창업 초기 구글은 어떤 수익도 없이 검색엔진 개발에 온힘을 쏟아야 했다. 그래서 창업초기 투자받은 10만달러는 금방 동이 났다.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가족의 돈까지 끌어모아서 90만달러가 되는 자금을 마련했지만 이 역시도 금세 바닥을 드러내면서 구글은 좌초당할 위기에 빠져든다. 하지만 잘 갖추어진 미국의 벤처 캐피털 덕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미국의 양대 벤처캐피털인 클라이너 퍼킨스와 세쿼이아 캐피털 두 업체로부터 2500만달러라는 거액을 투자받으면서 기사회생한다.

 그런데 미국의 벤처 캐피털 업체들은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회사가 아니다. 경영지식이 전무한 창업자들을 위해서 회사의 체계를 잡아준다. 구글 창업자들은 원래 경영 마인드가 전무했고 회사를 동아리처럼 운영했다. 이때 구글에 투자한 래리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에게 성공한 벤처 기업인들을 소개해주면서 경영감각을 쌓게 했으며 에릭 슈미츠를 CEO로 영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에릭 슈미츠는 회사의 재정문제에 적극 개입하면서 적자였던 구글을 흑자로 되돌린다.

 이렇게 구글의 역사를 뒤돌아 보면 두 명의 천재로부터 시작됐지만 대학교와 성공한 벤처기업인 그리고 벤처캐피털이 절대적인 도움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사회에 벤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다면 구글 창업자들의 아이디어는 결국 사장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구글 같은 기업은 결코 한두 명의 뛰어난 천재에 의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키고 싶다면 대학은 학생들의 창업가 정신을 도와주고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은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한편 벤처 캐피털이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에 과감한 투자를 하는 사회적 풍토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김정남 IT전문 칼럼니스트·블로거·저술가 multiwri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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