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GAME] 할아버지 김덕일씨와 손자 김보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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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게임을 시작한 후 손자 녀석이 아주 기가 살았다우.”

전라도 광주에 사는 김덕일 할아버지(67)는 초등학교 5학년인 손자 보국이와 함께 집에서 이따금씩 ‘카트라이더’ 게임을 즐긴다. 원래 밝은 성격의 손자지만 함께 게임을 한 후 더 활발해져 흐뭇하기만 하다. 할아버지와 보국이는 2008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1080 우린 한가족 게임 한마당’에서 부산·광주·용인 등 전국에서 올라온 강호들과 겨뤄 준우승을 차지한 실력파이기도 하다.

김 할아버지는 광주지역 시니어클럽에서 인터넷·게임 교육을 받으며 온라인 문화를 접했다. 처음에는 좀 어려웠지만 차츰 손자와 대화시간도 늘고 거리감이 줄어 ‘이 좋은 걸 왜 이제 알았나’ 싶다.

정작 더 신난 건 보국이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보국이는 가까이 사시는 할아버지네 와서 게임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지낸다. 할아버지 댁에 오면 게임을 할 수 있어 오는 길이 더 즐겁다. 보국이는 “전에는 할아버지나 엄마 아빠 몰래 게임을 해서 왠지 찜찜했는데 할아버지와 게임을 하니 너무 편해요”라고 말한다. 친구들도 부러워한다고.

김 할아버지는 보국이와 함께 게임을 하면서 아이의 게임에 대한 놀이 습관도 확실히 잡게 됐다고 은근히 내세운다. 집에 오면 30분만 게임을 하도록 규칙을 정한 후 보국이도 어기는 법이 거의 없다고 했다. “어른들이 아이의 세계를 먼저 알아야지. 안그러면 세대차이가 좁혀지겠어”라고 반문하는 김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자꾸 게임을 나쁘다고 얘기하지 말고 마음을 좀 열어보라고 권한다. 함께 즐기면 금상첨화란다. “요즘 아이들이야 집 밖에서도 얼마든지 게임을 할 수 있잖아. 집에서 못하게 막다가 부모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한다고 생각해 봐. 그게 더 위험한거지.”

김 할아버지는 초중등학교에서 교사와 교장을 지내고 퇴직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더 관심이 많다. “옛날 애들은 순박했지만 요즘 애들이야 보고 듣는 게 많으니 자기 의견 표현도 자유롭더라”며 “일장일단이 있지만 사회 변화를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넷·게임 등 온라인 문화는 퇴직 후 할아버지의 생활에 많은 변화를 주었다. 틈나는 대로 산에 다니고 텃밭을 가꾸는 한편 수필을 써 인터넷 카페에 올리는 등 온라인에서 문학 소년의 꿈을 다시 키우고 있다. 게임을 통해선 새로운 즐거움을 알게 됐다. 김 할아버지는 “요즘 나오는 게임은 너무 어려워. 카트라이더나 윷놀이 같은 간단한 게임을 하는데 노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게임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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