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며 충전한다는 새로운 시각의 접근과 기술개발로 그동안 전 세계 전기자동차 연구의 숙제였던 배터리 문제를 해소할 것입니다.”
최근 신개념의 전기 자동차인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를 시연해 보이며 안팎의 큰 관심을 불러모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조동호 교수(53·온라인 전기자동차 사업단장)는 그가 이끌고 있는 사업단의 성과를 이렇게 요약했다.
천연가스·에탄올 등 대체 에너지와 순수 전기 에너지를 이용하는 전기차 개발이 대표적인 차세대 자동차 기술로 부상하고 있지만 대부분 배터리를 이용한 것이어서 1회 충전에 따른 주행거리, 배터리 가격과 무게, 배터리용 리튬 자원의 한계, 충전 시간과 관련 인프라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 같은 과제들 때문에 통상적인 순수 배터리 중심의 전기차 시대를 고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국내 전기차 기술수준을 높이고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 OLEV와 같은 방식의 전기차 연구를 낳았다.
KAIST의 다학제적 융합연구팀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진행되던 이 사업은 지난 5월 국책과제로 선정되면서 연구개발에 탄력이 더해졌다.
사업단이 선보인 OLEV에는 차량 운행을 위한 대형 배터리가 없다. 대신 주행·정차 중 도로에 매설된 전력공급(급전) 인프라에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자기장을 차량 하부의 집전장치에서 모아 전기에너지로 바꿔 운행하는 ‘비접촉 자기방식’이 적용됐다. 도로 급전시설이 없는 구역에서는 차량에 장착된 소형 배터리(비상용)를 이용하면 된다.
그는 “별도의 충전시설이 없어도 도로상에서 실시간 전력공급과 충전이 이뤄지는 것이 기존 전기차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비접촉 충전 기술은 미국·일본 등 다수 국가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과거에도 유사한 연구 사례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차세대 저공해차 개발 및 실용화 촉진 프로젝트’를 진행해 2008년 2월부터 하네다 공항에서 시험운행에 나선 바 있었지만 ‘정차 중’ 순간 충전기술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진행된 ‘패스(path)’ 프로젝트가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비접촉 충전기술은 도로의 급전라인과 차량의 집전장치 사이의 간격을 12㎝ 이상 확보하는 동시에 효율을 충분히 확보, 차량 운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게 관건인데 패스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기술적 한계와 경제성 문제에 부딪혀 실용화에 이를 만큼의 연구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조 교수와 사업단은 도로에 매설된 깊이를 빼고도 17㎝의 간격을 띄워 실용화가 가능한 효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그는 “연내에 서울대공원 등 테마파크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서울시내 버스차로에서도 시험운행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향후 급·집전기술, 동력관리 플랫폼 기술 등 원천기술 확보에 나서 미래 자동차 시장의 세계 표준을 이끄는 토대를 일구고 나아가 친환경 도시조성, 복합산업의 성장과 고용창출 등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연구목표를 밝혔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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