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한 신속한 위기극복.”
국가 부도사태라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떠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기돌파를 위한 결단의 리더십과 과감한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 위기를 풀어나갔다.
한국 정치사에서 거대한 발자취를 남기고 떠난 김 대통령의 이른바 DJ노믹스는 대한민국 경제 사상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정책과 함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김대중 대통령은 DJ노믹스의 기치 아래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에 이어 현대와 LG의 반도체 사업 통합 등 기업의 명운을 갈라놓을 만한 대형 사업 프로젝트를 오차 없이 추진했다. 이 같은 신속한 구조조정이 없었다면 외환위기로부터 탈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DJ노믹스는 대기업의 부채비율 축소, 빅딜, 부실금융기관 퇴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개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기반을 뒀다. 국내 경제의 대외개방과 자유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하는 등 국제시장에 좀 더 다가가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DJ노믹스를 스스로 “경제적으로 외환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 기업, 공공, 노사의 4대 개혁을 실행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평가할 만큼 자부심이 강했다.
DJ노믹스 핵심에 정보기술(IT)과 벤처기업 육성이라는 정책과제가 자리 잡는다. 그는 ‘친민중, 반재벌 정책’ 대신 IMF 외환위기 극복을 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친재벌 성향의 정책과 서민지향 정책을 동시에 아울렀다. 당면한 경제·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용주의로 무장한 IT와 벤처기업이 전면에 등장했다. 그는 벤처기업계에서는 한국의 벤처산업을 육성시킨 대통령으로 꼽힌다. 국민의정부는 벤처산업 육성을 통해 DJ노믹스를 완성해 나갔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기업인들을 양성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정책 구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집권 이후 벤처자금이 뿌려졌고 IT벤처들이 설립되면서 벤처육성 정책은 우리나라가 조기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DJ노믹스는 이후 미국 중심의 국제경제·정치 질서에 편입돼 성장을 찾는 ‘신자유주의적 전략’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고 노동진영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DJ노믹스 아래 친기업적인 경제 정책을 대거 내놓으면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사업을 멈추지 않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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