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이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 등 한국 현대사를 이끌어오던 주춧돌 3인이 같은 해에 떠났다. 기업인, 시민 그리고 네티즌 모두 큰 슬픔에 잠겼다.
재계는 앞다퉈 애도 성명을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고인은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겼으며 IMF 경제위기 시에는 해외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 경제의 조기 회복에 기여했다”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경제계는 이러한 김대중 전 대통령 생전의 ‘나라사랑’ 정신을 높이 기리며 어려운 경제상황을 조기에 극복하는 데 적극 나서 선진 일류국가 건설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김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국가적으로 힘든 시기에 원로를 잃게 됐다는 점에서 큰 불행이자 손실이 아닐 수 없다”며 깊은 애도를 표한 뒤, “고인이 남긴 큰 뜻과 업적을 기리면서 국가 발전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뜻을 다졌다.
중소·벤처기업들도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김 전 대통령은 지난 IMF 외환위기 때 벤처와 중소기업에 획기적인 지원책을 펼쳐 짧은 시일 내에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며 “고인의 뜻을 계승해 지역 간 화합, 대·중소기업 간 협력, 노사 간 신뢰 회복 등 사회 각 부문의 대통합을 이뤄 지금의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업계 슬픔은 더 크다. 김 전 대통령의 벤처를 향한 ‘사랑’과 ‘관심’이 각별했기 때문이다.
서승모 벤처기업협회장은 “산업 구조를 벤처·중소기업 위주로 개편하는 데 앞장서면서 괄목할 만한 벤처도 나왔고, 성장도 이뤘다”며 “경제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끌었고, 그 부분에서는 벤처기업인이 감사하고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알려진 18일 오후 대한민국은 추도 분위기에 휩싸였다. 정치적 고향인 광주와 전남·북 지역민들은 정신적 지주를 잃었다며 애통해했다. 광주 광산업계 관계자들은 김 전 대통령 재임시절 광산업이 전략산업으로 태동해 오늘날 총매출 1조원에 이르는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의 흉상과 저서, 친필휘호 등이 전시돼 있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 김대중홀에는 이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주민들도 비통에 잠겼다.
전영복 한국광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1998년 말부터 김 전 대통령은 광산업을 비롯해 4대 지역전략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오늘날 광주 광산업이 지역의 대표적인 효자산업으로 자리 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대덕특구는 대덕밸리 선포식에 참석했던 김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애도하는 분위기를 나타냈다. 대구경북 지역 IT업계도 중소IT벤처기업을 위해 큰일을 해 오신 분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인터넷은 추모 공간으로 변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이날 오후 ‘근조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팝업창을 띄우고, 김대중 대통령 당시의 청와대 홈페이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 페이지를 만들었다.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 등 주요 포털은 메인 화면 디자인을 바꾸고 특집 페이지를 편성해 온라인 추모객을 맞았다. 네이버는 왼쪽 상단 ‘NAVER’ 로고에 흰 국화 한 송이를 띄우고 ‘김대중 전 대통령님 서거를 애도합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애도의 뜻을 표했다. 네이버는 오른쪽 로그인 창 하단의 타임스퀘어 영역에 서거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고 네이버뉴스 서비스에서 추모 배너와 함께 서거 관련 기사, 고인이 걸어온 길, 관련 사진 등 다양한 뉴스기사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역시 ‘DAUM’ 로고에 흰 국화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라는 문구를 새겼다.
네티즌은 사이버 공간에 추모글과 배너를 올리며 서거를 아쉬워했다. 네이버 추모게시판에는 18일 3시 1만건의 글이 올라왔으며 다음 역시 1000여건의 추모 글이 올라왔다. 네이버 게시판의 아이디 ‘Biic’를 쓰는 네티즌은 “민주화의 영원한 불꽃은 아직도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를 표했다. 다음게시판에서 아이디 ‘ranger13’이라는 네티즌은 ‘▶◀또 한분의 민주주의가 서거하셨습니다’란 글을 올리고 위대한 정치 지도자를 잃었다고 애도했다.
서거 소식과 함께 조문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투병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찾아 극적으로 화해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후 5시 30분께 침통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많이 아쉽다. 우리나라의 큰 거목이 쓰러지셨다”며 비통한 표정을 지었다. 오후 6시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수행원 10여명과 병원을 찾았다. 반 총장은 “서거 소식을 듣고 침통함을 금할 수 없었다.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 김 전 대통령은 전 세계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침통해 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당시 정부 요인들도 속속 빈소로 모였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의지가 강해 일어나실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셔서 애통하다”고 했으며, 이해찬 전 총리는 “큰 지도자를 보내서 마음이 여간 무겁고 슬픈 게 아니다”며 애통함을 표했다.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 이사장을 지낸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 고은 시인, 백경남 동국대 명예교수, 한정일 건국대 명예교수 등 김 전 대통령과 친분이 깊었던 인사들과 함께 조문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김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애통한 마음을 전했으며 이후 오후 8시께 빈소를 찾았다.
정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국민들의 조문을 위해 서울광장 등 시도별 한 군데 이상에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분향소 설치를 희망하는 시·군·구가 있으면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분향은 19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이진호·김한식·장지영·김인순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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