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강국 기틀 마련…향년 85세
정보화 강국의 기틀을 마련한 김대중 15대 대통령이 18일 오후 1시 43분 향년 85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폐렴으로 신촌세브란스에 입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증세가 호전돼 22일 일반병실로 옮겼으나 하루 뒤 폐색전증이 발병해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치료를 받아왔으며,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정치계는 물론이고 재계, 산업계, 학계, 네티즌은 민주화를 이끌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조기 졸업과 남북정상회담 성사, 정보화 강국 건설 등의 업적을 이뤄낸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혹독했던 IMF 체제에서 취임한 김 전 대통령은 이른바 ‘빅딜’이라고 불리는 대기업 구조조정과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을 거쳐 신속한 기업 부실처리에 착수했다. ‘DJ노믹스’라고 불린 이 같은 구조조정 방법은 지난해 금융위기 발발 후 이명박 대통령이 다른 국가에 소개하기도 했다. 취임 당시 33억달러에 그쳤던 외환보유고는 퇴임 시에 1400억달러로 늘어났다.
김 전 대통령은 경제뿐만 아니라 민주화 투쟁과 인권신장, 통일운동에 평생을 헌신해 독재 종식과 민주주의 정착, 한반도 평화 조성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분단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함으로써 화해시대를 열었으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에 불어닥친 정보화 혁명을 거론하면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PC를 제일 잘 사용하는 ‘정보화 대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벤처기업은 새로운 세기의 꽃”이라며 “이를 적극 육성해 경제를 발전시키는 한편 많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실업문제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언한 대로 5년 재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통신 보급을 독려하고 벤처기업 육성 등을 추진했다.
그의 IT 정책에 전 세계는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IT 테스트베드로 부상했으며 해외 기업들은 국내로,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갔다. IT 수출은 1997년 94억달러에서 2002년 168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세계 최고의 초고속인터넷 가입국, 세계 1, 2위의 국가 정보화 대국 등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세브란스병원에서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알리며 “쾌유를 기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세계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의료진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유가족 측과 상의한 후 국무회의 논의를 거쳐 장례절차를 결정할 계획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