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윤부근 사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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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안사위(居安思危)’

윤부근 사장의 좌우명이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부장 시절 충고한 말이다. 말 그대로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뜻이다. 1년 중 해외에서 3분의 1을 보낼 정도로 바쁘지만 윤 사장은 이 좌우명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공대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인 윤 사장은 연구개발 전문이지만 제조·생산·마케팅 등 폭 넓게 실무를 두루 경험했다. 7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컬러TV 개발을 시작으로 유럽연구소·제조팀장·글로벌 운영팀장·개발팀장 등을 거쳤다. 2007년 부사장으로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을 맡아 올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대기업에서 ‘별’로 불리는 임원을 단 이후 거의 2∼3년마다 직급이 올라갈 정도로 초고속 승진한 기록도 가지고 있다.

윤 사장은 삼성에서 보르도 LCD TV를 비롯한 ‘삼성 디지털TV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지난 2006년에는 삼성TV가 34년 만에 세계 1위 올라서는 기쁨도 맛 봤다. 사업부장 취임 후에는 2위와의 격차를 더욱 벌여 놓았다.

업무 스타일은 전형적인 현장형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수시로 듣고 대부분 그 자리에서 판단할 정도로 결정이 빠르며 사업적인 ‘감’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주변의 평이다. 투자비가 많다는 이유로 안팎에서 우려가 컸던 ‘이중 사출 공법’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TV업계 최초로 적용한 일화는 윤 사장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중사출 공법의 크리스털 로즈(ToC)는 삼성 TV 디자인을 한 차원 끌어올리며 확고한 세계 1위를 달리는데 핵심 원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윤 사장이 가장 강조하는 덕목은 ‘주인의식’이다. 실제 본인 스스로 모든 일을 ‘내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임해 왔다. 내 사업이라고 생각하니 내가 개발한 TV, 내가 파는 TV 하나하나에 애정이 가고 내 자식같이 느껴졌으며 자연스럽게 더 좋은 TV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친한 후배들이 서슴없이 ‘부근형’이라 불릴 정도로 인간적이며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특징인 윤 사장은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일의 결과가 완전히 바뀐다고 강조한다. 거의 하숙생 수준으로 집은 숙식이 목적이지만 대형 TV가 세 대나 있다. 삼성 LCD·PDP·LED TV로 틈만 나면 TV를 켜 놓고 집에서도 화질을 따져 볼 정도로 ‘일벌레’로 소문나 있다.

윤부근 사장은 최근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글로벌 혁신 리더 25인’에 뽑힌 바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삼성전자 TV 역사

삼성전자는 TV·모니터·음향기기·휴대폰 등 디지털 제품을 생산하는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 (DMC)’ 부문과 반도체·LCD 패널처럼 세트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디지털 디바이스(DS)’ 부문으로 나눠져 있다. DMC 주력 사업부 중 하나가 전체 전자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영상디스플레이고, 사업부 핵심 아이템이 바로 TV다. 결국 영상디스플레이는 삼성 TV의 어제와 오늘인 셈이다.

삼성은 산요와 공동으로 70년 흑백TV를, 72년 ‘독자적으로’ 흑백TV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75년 ‘이코노TV’로 시장에서 발판을 마련했으며 80년 이코노 컬러TV를 내놨다. 이후 액설런트V TV·명품TV 등 수많은 히트작을 출시했다. 전자산업 초창기부터 TV는 ‘가전의 제왕’으로 불릴 정도로 위상이 높았다. 전자산업은 곧 TV 기술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휴대폰까지 분리한 소니가 지금도 사활을 걸고 TV사업을 놓지 않는 배경도 이 때문이다.

삼성은 98년 디지털TV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놓으면서 TV시장에서 확실한 기선을 잡았다. 이후 2006년 세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TV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했고 올해 4년째 세계 1위를 향해 질주 중이다. 지난해에는 ‘트리플20’ 대기록도 세웠다. ‘트리플20’이란 글로벌 시장에서 LCD TV 판매량 2000만대, LCD TV 수량 기준 점유율 20%, TV 전체 매출 200억달러 기록을 세운 것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