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chobh21@korea.com
최초의 우주 비행사 가가린은 1961년 4월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에서 지구를 보며 그 아름다움에 감탄해 ‘지구는 푸르다’고 말했다. 태양계에서 지구만이 푸른빛을 낼 수 있는 것은 넓은 바다가 있고 산천초목으로 우거진 육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각국이 화석연료 에너지에 의존하면서 지구촌 곳곳은 이상 기후로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뉴욕 타임스의 유명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미래 사회는 온난화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이라는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구의 위기에서 한반도만 예외일 수 없다. 불행하게도 한반도의 기온 상승폭이 지구 전체의 평균 상승 폭을 훨씬 웃돌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한반도 주변의 해수온도 증가율은 지구 평균의 6배에 달한다. 한반도의 온난화 추세를 막지 못하면, 심각한 환경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2030년께에 기온이 2.0도 상승해 중부지방까지 아열대기후대로 변화될 것이란 보고서도 있다. 요사이 내렸다 하면 장대비가 쏟아진다. 날씨 변덕이 심하고 해양뿐만 아니라 동식물 생태계마저 교란되고 있다.
한반도의 기후변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만큼은 체제를 떠나 남북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길이다.
우리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개념을 정립하고 있는 단계에서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전략을 새롭게 짜고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북한을 고려치 않은 녹색성장은 반쪽에 불과하다. 우리가 물과 공기를 아무리 깨끗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북한 지역이 오염되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남쪽이 떠안기 때문이다.
북한은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중화학공업 위주의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산림 황폐화는 갈수록 심각하다. 땔감이 부족해 나무를 베고 그 자리에 다락밭을 조성해 비만 오면 홍수로 이어진다.
북한이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북한은 2005년 4월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교토의정서’에 가입했다. 지난 제14회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노동신문은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모든 나라들이 단합해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북한은 “기후변화, 환경보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국가적, 사회적 관심 속에서 적극 벌이고 있고 국제적 협조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미래 지향적 동반자로서 남과 북이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해 녹색성장 청사진을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때다. 기후변화 방지는 남북한 과학기술 및 IT분야 협력 확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한반도 전체의 녹색성장 구현이란 관점에서 남북한 기후변화 영향 예측, 정보공유 및 취약성 공동 평가, 탄소 배출 완화 등 보다 적극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산림자원 복원, 공유하천 관리, 한강하구 개방 등으로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중장기적으로 DMZ 내에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종합단지도 조성해 차세대 성장동력 모델로 육성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 남북한 당국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칭)한반도기후변화 공동대책위원회 조직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방북으로 남북경협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8·15 대통령 경축사에 녹색성장 관련 남북협력사업이 제안돼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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