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의 시골 마을에서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차네. 어느날 할아버지는 차네에게 소 한 마리를 안겨주며 도시로 가서 세 가지 일을 하고 오라고 시킨다. 그 중 하나는 신붓감을 데리고 오라는 것. 하지만 도시에 도착한 차네는 일이 꼬이고 또 꼬인다. 소를 도둑맞지 않나. 마피아를 만나지 않나. 첫눈에 반한 야스나를 자신의 신붓감으로 삼는 것도 영 쉽지 않다.
같은 코미디라고 해도 그 안에 참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영화가 있다. 그런데 ‘약속해줘(에밀 쿠스트리차 감독)’는 세르비아라는 생경한 배경과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만큼이나 정말 독특한 코미디 영화다. 세상에 이런 공간이 있을까? 차네가 생활하고 모험을 하는 이곳은 동화 속 공간 같다. 잠자는 사람을 깨우는 시계는 시끌벅적 요란하고 집 앞 언덕 어딘가에는 사람이 푹 빠지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뱅글뱅글 도는 자전거 바퀴를 보다가 악당은 기절하고, 갑자기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이 등장하기도 한다.
‘약속해줘’의 공간은 이렇게 우리 예상이나 상식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동화 혹은 우화 같은 비현실적 설정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130분이나 되는 긴 러닝 타임을 견디기가 쉽지 않겠다. 반면에 매번 똑같은 예상이 가능한 스타일의 영화에 지쳐 있다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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