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 세계 일류화를 위해] <1부>주력산업 (13)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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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브로 발광다이오드(LED)가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업계가 ‘과연 이 산업 분야가 얼마나 발전할까’라는 막연한 논의에 빠져 있었다면, 올해 들어 ‘LED 산업이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에 이어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될 수 있을까’라는 한 차원 높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세계시장은 이미 한국 LED 산업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실리콘 기업인 다우코닝이 올 초 국내에 LED 전용 생산 라인을 준공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 회사 주요 임원은 한국이 전 세계 LED 시장의 요충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소니가 선택한 RGB(적록청)타입 LED 백라이트유닛(BLU) TV의 실패를 교훈삼아 백색LED를 이용한 대중적인 LED BLU TV 시장을 연 것에 주목했다.

 앞으로도 LED의 활용 분야는 광범위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존 모든 조명을 교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응용 기술로 기존 광원으로 상상할 수 없던 분야까지 영역이 확대될 수 있다. 하지만 매년 20% 이상 급성장으로 2015년 전 세계 2000억달러의 황금 시장이 될 것이란 부푼 기대 앞서 핵심 부품의 원천 기술 보유가 없어 산업 규모는 커져도 이익의 상당 부분은 핵심 기술을 보유한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가마우지 현상’이 LED 산업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원천 소재인 기판부터=발광다이오드(LED) 시장에서 칩 원천 소재는 사파이어 기판이다. LED 칩 제조 공정에서는 사파이어 기판에 화합물을 입혀 반도체층을 형성한 뒤 칩 전단계인 에피 웨이퍼를 만들어낸다. 최근 들어 국산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일 수입 의존도가 컸던 대표적인 품목 가운데 하나지만 최근 LE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과 함께 환율 효과까지 더해지자 국내 업계가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고 있다.

 일진디스플레이(대표 심임수), 크리스탈온(대표 강진기) 등의 업체가 국산화를 주도하고 있으며 기존 2인치에서 향후 4인치 웨이퍼 채택이 늘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양산화 경쟁에 접어들면 6인치 이상 대구경 사파이어 기판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 6인치 이상 유기화학금속증착장비(MOCVD) 공급이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까지 대구경 기판 개발은 필수적이다.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강한 기판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창태 에피밸리 부사장은 “기판을 대형화하면 고온에서 에피 성장 시 기판이 휘어지는 현상이 일어나 성능 저하 및 균일도가 저하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판의 두께를 키우는 방법이나 에피 구조를 변경하는 방법 등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소기상증착기(HVPE)를 이용, 사파이어 기판에 LED 핵심재료인 고효율의 질화갈륨(GaN) 웨이퍼를 개발하는 방법도 국내 대기업을 비롯, 중소업체인 루미지엔테크(대표 이해용), 그렌드텍(대표 김진우·박기호) 등에서 시도하고 있다. MOCVD를 웨이퍼에 에피 층을 키우는 것보다도 50배 이상 두껍게 키운다. 이 기판을 이용하면 레이저다이오드(LD)의 핵심 기초소자일 뿐만 아니라 차세대 고효율 LED 제조의 핵심 소자를 생성할 수 있다. MOCVD로 에피 층을 키우는 데 10시간 이상이 필요하지만 HVPE로는 3∼4시간에 질화갈륨 층을 형성시킬 수 있어 양산화에도 도움이 된다. 그간 미국의 LED 업체인 크리와 TDI 등 극히 일부 회사만이 제조 가능한 제품이었다. 이해용 루미지엔테크 사장은 “HVPE 장비의 온도와 가스 조절 실패로 인한 갈라짐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제조 공정상 양산화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LED 칩 빼고 부품 경쟁력 논하지 말라=LED 칩 공정은 크게 웨이퍼에 질화갈륨 층을 형성시키는 에피 공정과 LED 칩을 만드는 팹공정, 완성된 LED를 제품으로 만드는 패키징 공정 순서로 나뉜다. LED 산업의 해외 선두 기업들 대부분 에피 공정부터 핵심 부품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확실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LED 완제품에서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원가의 60∼70%에 달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국내에서 LED칩을 제조하는 곳은 10개 업체 미만이다. LED 패키징 업체나 LED 모듈을 구입해 조명 등을 만드는 응용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높아야 10%대에 그치는 것과 달리 LED칩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30%를 상회한다.

 따라서 칩부문을 빼고는 LED 부품 경쟁력을 논하기 힘들다. 최근 국내 업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칩의 광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LG이노텍(대표 허영호)이 수직형 LED 칩 개발에 성공, 고휘도 조명용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엑시머레이저탈착장비(LLO)로 사파이어 기판을 떼내고 그 대신 전도성지지대(금속)에 p(+)극과 n(-)극을 수직으로 배열해 열 전도성을 향상시켰다. 열 방출이 쉽고, 넓은 발광 면적에 모든 방향으로 빛을 발생시켜 효율이 뛰어나다. 금속 전도체를 접합함으로써 정전기 발생이 적어 칩의 신뢰성도 높다.

 하지만 칩 효율을 높이는 것에 앞서 국내 업체들의 우선 과제는 양산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IT업계가 최대의 LED 수요처기도 하기 때문에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 대규모의 양산 기술 연구를 통한 시장 경쟁력 확보로 후발 주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물량 공세도 고려해 볼 만하다. 삼성LED 관계자는 “20여 년간 다져 온 반도체 공장 시공 경험과 양산 노하우를 결합시키면 경쟁사보다 양산화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불량률을 최소화해 수율 역시 업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패키징으로 효율 높여라=LED 칩에 전극과 와이어를 연결, 조립 후 수지로 밀봉하는 공정이 패키징이다. 백색 LED 제조를 위한 형광체를 바르는 과정도 패키징 공정에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부분 LED 형광체를 수입에 의존한다. 국내 형광체 전문생산업체로는 지난 2003년 9월에 설립된 포스포(박승혁·윤호신)와 올해 3월 와이즈파워(대표 박기호) 미국 사노프와 공동으로 LED 형광체 개발 회사인 라이트스케이프를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청색 LED 칩에 황색 형광체를 입힌 백색 LED에선 선진국이 이미 특허를 가지고 있어 황색 형광체와 함께 적색·주황색 형광체를 도포한 백색 LED 형광체를 개발에 나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혼합 방법은 자연광(태양광)에서 본 사물의 색과 특정 조명에서 본 사물의 색이 어느 정도 유사한지를 수치로 표현하는 연색성(CRI)을 높이는 데도 필수적이다. 김창해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황색 형광체에 비해 특허 걸림돌이 낮은 것아 적색 주황색 계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연색성이 높아질수록 칩 효율이 떨어지는 상관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광효율이 높은 칩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LED칩에 불순물이 끼거나 습기가 차지 않도록 보호하는 봉지재도 국산화가 요구되는 소재다. 실리콘 봉지재는 미국 다우코닝과 일본 신에쓰 등 외산업체가 장악하고 있지만 네패스신소재(대표 서태석)가 생산을 시작해 국산화를 진행 중이다.

◇LED 조명업계 경쟁력 강화방안=LED 칩의 대량 양산이 가시화되면서 조명 시장의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패키징이 끝난 LED 칩 여러 개를 리드프레임에 배열, 부착하는 과정이 모듈이고, 이 모듈을 이용해 LED 조명이 만들어진다. LED 조명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칩을 제외한 부품소재 개발도 필수다. 나아가 인지과학적 기능을 부가해 LED조명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도 필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450여개에 이르는 국내 LED 관련 기업들 중 60% 이상은 중소 조명업체다. 이 업체들의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의 관련 부품소재의 개발이 활발해져 자생적인 부품 조달 생태계가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장 시급한 부품으로 LED 방열을 위한 히트 싱크(방열판)를 꼽을 수 있다. LED 조명에서는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여야 광효율을 높일 수 있어 많은 업체가 이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LED 조명에서 각각 따로 사용하고 있는 인쇄회로기판(PCB)과 히트 싱크를 일체화한 방열판을 개발하거나 LED 조명등·가로등 제품에 히트 파이프를 내장하는 기술을 국내 중소업체들이 선보이고 있다.

 LED에 렌즈 등을 부착하는 광학 기술과 도광판 및 확산시트 등 휘도를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의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LED 칩은 기본적으로 점 광원이기 때문에 조명으로 이용되기 위해서는 광원을 확장시키는 광학렌즈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LED 조명용 집광렌즈 및 확산렌즈의 개발이 중요하다.

 특히 자동차 헤드라이트 등의 고출력이 필요한 분야일수록 LED 칩의 효율 개선만큼 광학 기술의 응용이 중요하다. 광원의 특성 및 배열에 따라 도광판 및 광학시트의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 최적의 설계를 위해서는 도광판 및 확산시트를 이용 휘도 개선뿐 아니라 눈부심 현상을 줄일 수도 있다. 최근 LCD BLU나 조명용 도광판과 확산시트 결합된 복합도광판, 복합광학시트, 형광체를 도포한 광학시트 등 여러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이 밖에도 LED용 리드프레임과 LED 조명용 구동칩 등을 국내 업체들이 개발 양산하고 있고, 센서 및 컨트롤러와 접목시킨 자동통제, 디밍기술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유영문 LED반도체조명학회장은 “LED 조명용 부품소재의 성능 향상과 가격경쟁력 확보가 국내 LED 조명 업계에 경쟁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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