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신권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5만원권 위조지폐가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위조지폐 관련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지폐 권종은 세 가지로 모두 화폐 가치가 그리 높지 않아 초정밀 위조지폐 범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위조지폐 방지와 거래 효율성을 위해 국내 최초의 고액 신권인 5만원권이 도입된 지 일주일 만에 그 위조지폐가 발견됐다는 것만 봐도 앞으로 고액권 위조지폐 범죄가 얼마나 심각할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사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통된 위폐들은 대부분 전문 위폐범의 최첨단 범죄행각이라기보다는 컬러복합기 등으로 제작해 육안으로도 판독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고액 신권인 5만원권 도입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1만원권은 초정밀 위폐를 만들기에는 높은 제작단가에 비해 액면가치가 떨어졌지만 화폐가치가 높은 5만원권이라면 ‘슈퍼노트(100달러짜리 초정밀 위조지폐)’ 수준의 초정밀 위폐가 제작, 유통될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액권 도입국들의 위조지폐 실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2006년 미국 재무부 등이 발표한 ‘달러화 위조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유통되는 슈퍼노트는 1만장당 1장꼴인 7000만달러 수준이다. 슈퍼노트를 비롯해 위조지폐에 따른 피해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유럽·중국 등 고액권 위폐가 유통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은 위조지폐 방지 대책으로 5∼10년 주기로 신권을 내놓고 있다. 초정밀 위폐감별기의 사용도 이미 보편화돼 있다.
이러한 선례에 따라 국내에서도 2006년 초 5000원권, 2007년 초 1000원권, 1만원권 신권을 발행한 데 이어 올해 5만원권 고액 신권을 발행하는 등 지폐를 교체하며 꾸준히 위조지폐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 지난 한 해 동안 발견된 위조지폐가 1만5448장이었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위폐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이전이던 2004년(4353장) 수준보다 무려 3.5배 이상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는 위폐 관련 범죄가 나날이 지능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증가추세에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반증이다.
국내는 고액권 위조지폐 범죄 방지를 위해 이미 위폐감별기가 보편화돼 있는 나라들과는 위폐감별기 시장 자체가 신규 시장이라고 할 만큼 현재까지는 미개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고액신권 유통에 따라 최근에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위폐감별기 도입은 일부 금융권의 화두로만 머물러 있다.
현재 시중 은행 등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기존 지폐를 세는 계수기능을 함께 갖춘 보급형 제품에서 전용 위폐감별기로 교체를 서두르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통망은 아직까지 위폐감별기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거나 내부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며 도입을 미루고 있다.
위조지폐가 발견되고 있는 만큼 더 큰 피해가 발생 하기 전에 초정밀 위폐감별기 도입이 전 유통망으로 시급히 확대돼야 할 것이다. 특히 위폐감별기 도입 시에는 단순히 가격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감별성능과 원산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
현재 시중에는 조폐공사나 국내 기업이 공급하는 위폐감별기와 같이 다수의 센싱을 통해 99%까지 위폐 인식률이 뛰어난 제품들도 나와 있다. 반면에 실제 사용자가 육안으로 판별해야 할 만큼 감별기능이 떨어지는 중국산 저가형들도 일반에 보급, 판매되고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기연 이네이프 대표 kyjeon@ena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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