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세계가 인정하는 첨단기술개발의 원천지 중 하나다. 연구나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MIT 학생, 교수진, 교직원 등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미국에서 일반인이 쓰고 있는 것보다 한 차원 앞서 있는 사례가 많다. 2만1000명이 거주하는 MIT에서 사용하는 모바일디바이스 역시 미국시장에 비교해 앞서 있다.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이 20%를 웃돌고 있는 2009년, MIT에서는 스마트폰이 벌써 40%에 달하는 보급률을 보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2008년 말 MIT 내부의 IT 조사에 따르면 2009년에는 응답자 중 90% 이상이 아이폰이나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을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IT는 모든 모바일 사용자를 위해 MIT 모바일 웹과 MIT SMS(m.mit.edu) 등 다양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MIT에서 스마트폰이 자리 잡은 시기는 2004년 팜 트리오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PDA시장을 주도했던 팜이 트리오를 내놓으면서 MIT에서 교수진과 교직원을 중심으로 트리오의 사용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e메일에 강한 블랙베리에 선호도를 보였고, 2007년 아이폰이 소개되면서 블랙베리와 아이폰이 MIT 내부의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2009년에는 아이폰, 블랙베리, 구글안드로이드, 팜 프리, 윈도모바일 등 스마트폰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네트워크다. MIT 거주자의 50% 이상이 2009년 1월 현재 버라이즌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화통화는 물론이고 문자와 무선데이터에서 보스턴 시장과 미국 동북부에서는 버라이즌을 선호하고 있다. 그에 비해 AT&T, 스프린트, T모바일의 네트워크는 MIT 캠퍼스 내부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다. 앞으로 얼마나 3G와 4G 네트워크의 발전이 이루어지는지가 각 스마트폰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소개되면서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졌다. AT&T에 독점권을 준 애플 아이폰을 고려하는 MIT의 고위관료들 중 NASA의 고문인 한 교수는 사무실에서 AT&T의 네트워크 때문에 전화통화가 불가능한 것을 알면서도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 전까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그 교수는 아이폰을 사용하기 위해서 이를 희생해도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2009년 말께 AT&T타워가 MIT 캠퍼스 내부에 설치되면 아이폰의 구입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 선택 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2008년 아이폰 3G가 소개되면서 300∼400달러던 스마트폰이 구입가격 200달러 미만으로 조정됐다(2년 계약의 전제). 200달러는 학생들이 경제적인 부담을 덜 느끼며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어서 스마트폰 사용률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 여름 현재 대다수의 스마트폰 가격은 공짜에서 200달러 정도에 머물고 있어서 보다 더 많은 보급이 예측된다. 단말기 가격도 중요하지만 스마트폰의 데이터플랜 가격도 저렴해지고 있는 추세다. 무제한 무선데이터가 월 20∼30달러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스마트폰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2009년 하반기에는 MIT 내부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며 현재 우세를 잡고 있는 아이폰과 블랙베리에 대항해 새로 출시되고 있는 팜 프리, 윈도모바일, 안드로이드, 노키아 심비안 등이 어떻게 MIT의 마음을 사로잡을지가 매우 흥미롭게 여겨진다.
앤드류 유 MIT 모바일플랫폼 매니저 겸 아키텍트 andrewyu@mit.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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