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을 죽이는 약이 항생제고 암세포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이 항암제다. 항생제와 항암제의 목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표적으로 해 파괴해 죽이는 것이지만 사실 이것들은 그저 세균이나 암세포가 감염돼 확산되는 것을 막는 저항제일 뿐이다. 현존하는 항생제나 항암제는 세균이나 암세포를 100% 박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항생제나 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죽인다는 게 첫 번째고 세균이나 암세포는 투여하는 항생제나 항암제에 내성이 생겨 다음부터 투여하는 약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게 두 번째다.
이를 ‘항생제 저항’이라고 하고 이러한 세균을 항생제 저항 생물, 또는 항생제 저항 박테리아라고도 하는데 그야말로 골치아픈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약이 치료하는 게 아니라 새 병을 키우는 꼴이니 그렇지 않겠는가.
하지만 최근 호주에서 나노·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발견됐다고 한다. ‘트로이 목마’라는 암세포 치료법으로 앞으로 적은 양의 항암제로 표적의 암세포만을 정확히 죽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박테리아에서 추출된 나노세포를 먼저 침투시켜 암 세포를 무장해제시킨 뒤 두 번째 나노세포가 화학요법 약물을 암세포에 투여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특히 약물 등의 화학요법을 이용해 암세포만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잠재성(the potential)을 갖고 있어 효과가 더욱 크다고 한다. 지난 6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쥐를 활용한 2년간의 실험에서 인간의 암세포를 가진 쥐들을 100% 살려내는 데 성공했으며 치료 후 100일 동안 살아 있다고 밝혔다. 18개월 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하니 그 결과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클 수밖에 없다. 혹자는 임상실험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이 기술로 5년 정도면 내에 암세포를 어느 정도 정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한다.
이런 의학계의 난제를 해결해 가는 나노·바이오 기술을 볼 때마다 이 분야가 얼마나 큰 가능성과 가치를 내포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나노·바이오는 가장 오래된 학문 중 하나인 의학과 밀접하다는 관점에선 어쩌면 완전히 새로운 분야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세포 속, 분자, DNA, RNA 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분명 무한한 가능성이 숨어있는 신천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 이 분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막대한 연구 비용 등 인프라가 아직 완전히 갖춰지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그렇다고 미래가 보이는 이 분야를 놓칠 수는 없다. 현재의 척박한 환경을 바꿔나가려는 노력을 업계, 연구자, 정부가 함께 기울인다면 우리나라의 나노·바이오 분야도 IT 사례처럼 비상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나노·바이오 분야에서도 세계를 놀라게 할 우리의 연구, 업적이 하루빨리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경영연구소 소장 wycha@StudyBusin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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