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통과로 `일복` 터진 방통위

미디어법 처리 지연으로 그동안 미뤄졌던 굵직한 방송통신 현안들이 하반기에 쏟아질 전망이다. 당장 방송법 통과에 따라 시행령 마련 등 후속작업에 들어간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합편성 채널 신규승인, 민영 미디어렙 도입방안, 이동통신 재판매 제도(MVNO) 도입, 주파수 경매제도 도입 등 굵직한 현안을 남겨두고 있다. 게다가 방송통신 융합에 맞춰 방송과 통신의 기본사항을 통합, 방송통신 정책의 근간이 되는 방송통신기본법 처리도 앞두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미뤄져온 숙제들이 한꺼번에 쏟아질 판”이라며 “향후 정기국회를 전후로 가을과 겨울이 끔찍할 것”이라며 고개를 내젓고 있다.

◇방송 현안=방송 분야에서는 KBS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과 방송법 시행령 마련,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 공영방송법 제정, 민영 미디어렙,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신규 승인 등이 줄줄이 이어진다. 방통위는 먼저 방송법 개정에 맞춰 ▲지상파 방송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상호진입 기준 ▲SO 및 승인대상 PP의 허가 및 승인 유효기간 ▲광고중단 및 허가유효 기간단축 기준 ▲신문 구독률 산정 기준 ▲미디어다양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안 ▲시청점유율 제한 등 6가지의 시행령 개정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나같이 어려운 작업들인데다 최근에는 이경자, 이병기 두 야당추천 상임위원들의 방송법 후속조치 논의 불참 선언에 따라 다소간의 차질이 불가피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친 정부입법이 아니라 의원입법에 의한 정치적 타결을 목표로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해결책 역시 세부사항의 규정은 정부 실무진에게 맡겨졌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일단 3개월 이내에 방송법 시행에 따른 모든 법적 제도적 장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방송계의 또다른 시비를 촉발할 수 있는 KBS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선임, 나아가 사장 선임 문제도 최대한 공정하고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역할도 맡겨져 있다.

방통위는 현재 KBS 이사 후보로 지원한 114명과 방문진 이사 후보로 응모한 119명을 3배수로 압축, 검증작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방문진 이사는 다음 달 8일 이전에, KBS 이사는 다음 달 31일 이전에 선임 작업을 마쳐야 한다.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 사업자 선정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오는 8월께 사업자 선정을 위한 기준이 제시되고 이르면 10월께 사업자 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8년동안 2천500원에 머물러온 KBS 수신료 문제도 정리돼야 할 시점이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이뤄져 있지만, 시청자나 정치권에서의 저항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신료 인상안은 새로 구성되는 KBS 이사회의 심의 의결에 이어 방통위 의결을 거쳐 국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어 방송광고 시장의 변혁과 방송시장 개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방안도 연내 확정 지어야 한다. 미디어전쟁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방통위는 의견수렴을 최대한 거쳐 충돌 가능성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통신 현안=특별히 정치적인 쟁점이 없었는데도 미디어법에 막혀 지지부진하던 통신관련 현안들도 속도를 내기 시작할 전망이다. 당장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통해 요금인하를 추진하기 위한 MVNO 제도는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 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국회에 계류돼 있는 MVNO사업법은 이통 3사 외에 제4, 또는 제5사업자를 받아들여 시장경쟁 촉진과 소비자 수요 충족을 이루자는 취지인 만큼 방통위가 법안 통과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산업의 파이프 라인을 제공하는 기존사업자들의 투자의욕을 꺾지 않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재판매 사업자가 출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신사업용 신규 주파수 중 경쟁적 수요가 있는 대역은 현행 대가할당 방식 외에 가격경쟁, 즉 경매를 통해 할당할 수 있게 하는 주파수 경매제도 작년 말 국회 제출된 이래 계속 묶여 있다. 하반기에 800, 900㎒ 대역의 저주파수와 3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를 추가 할당해 조기 설비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이었던 방통위는 주파수 경매제의 근거가 되는 전파법 개정안의 통과도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별정사업자의 편법 영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고 사각지대였던 별정제도 정비를 통해 이통사들의 자율적 요금 인하를 촉발시키기 위한 별정통신사업제도 관련 법안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근 별정제도의 미비점을 악용, 비정상적인 통화를 계속 유발시켜 접속료를 수취하는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관련 법의 통과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밖에 개인위치정보 요청기관에 경찰관서가 추가되는 정보통신망법 등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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