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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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간혹 장애가 발생하는 사례가 있다. 이럴 때면 시스템 엔지니어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상담원들은 빗발치는 항의 전화에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이란 말을 수십번 하느라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우리 생활은 더욱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사람들은 좀 더 빠른 걸 원하고 신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들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10년 전에 10Mbps 회선으로 서비스를 했다면 현재는 가정에서 서비스하는 회선까지 초고속 인터넷으로 100Mbps는 기본이고 1 까지 지원하는 수준이 됐다. 사용자들은 속도가 빨라지길 원하고 조금만 느려도 불만을 토로한다.

 고객들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언제까지 돼요?’ ‘오늘 중으로 빨리 오픈해야 되는데’ ‘빨리 좀 해주세요’ 등이다. 그것도 퇴근시간에 임박해서. 최대한 고객 요구에 맞게 영업사원은 이리저리 연락을 취하고 장비를 수급한다. 엔지니어들은 부랴부랴 OS를 설치하고 고객에게 서버를 인계한다. 하지만 다음날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아무것도 없다.

 ‘빨리’라는 말이 우리에게 배어 있다. 급하지 않은데도 신호등이 깜빡이면 뛰어서 건너야 하고, 차를 타고 신호대기를 하더라도 남보다 빨리 출발하기 위해 슬금슬금 앞으로 나오게 된다.

 장애 원인을 찾지 못한 엔지니어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고, 팀장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 여전히 불만에 가득 찬 고객들의 항의 전화는 계속되고 있다. 조금만 천천히 기다리면 안 되는 걸까. 무언가에 쫓기듯 그렇게 ‘빨리 빨리’를 외치는 것일까. 숨막히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서비스를 하지 않더라도, 접속자가 없더라도 우선 사이트가 뜨지 않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다.

 솔직히 조금 느리면 어떤가. 정말 그렇게 빨리 해야 할 만큼 우리의 삶이 바빠진 것일까.

 항상 고객에게 신속하고 빠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느림의 미학’을 이야기하고 싶다.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은 건 대다수 현대인의 꿈이기 때문이다.

 유병삼 오늘과내일 IDC운영팀장 sammy@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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