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투자를 기피해 온 기업에 투자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투자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 자금 상황이개선되고 있어 기업이 투자 보따리를 풀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자금사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2분기 자금사정이 전분기와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57%로 가장 많았으나 ‘호전되었다’고 응답한 업체(29.6%)가 ‘악화되었다’고 응답한 업체(13.4%)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 조사때 ‘악화되었다’는 업체(26.1%)가 ‘호전되었다’는 업체(13.3%)의 두배에 달했던 것과 정반대의 결과다.
자금수요와 관련해 단기(1년 미만)자금의 경우 원자재 매입(39.6%)이 가장 큰 수요처로 나타난 반면 장기(1년 이상)자금은 설비투자(34.8%)가 최대 수요처로 나타나 향후 기업 투자 및 투자 자금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분기와 비교해 매출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기업도 절반(55.4%)을 넘어서는 등 기업 상황은 호전되고 있다. 하반기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하반기 설비투자 계획 조사도 업체들이 하반기에 상반기보다 평균 3%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답해 기업의 투자 심리가 점차 회복되고 있을 보여줬다.
기업에 전방위 투자압박을 가해온 정부는 이러한 상황이 투자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법인세율 인하와 임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 각종 감세정책은 물론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정작 기업들은 투자확대로 보답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하반기에 정부도 추가적인 재정투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민간이 투자 바통을 이어받아야 상반기 대규모 재정투입으로 가까스로 살려놓은 경기가 다시 침체기에 접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도 개별 기업의 입장에서도 불황기의 투자 확대는 경기침체가 끝난 후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진다며 과감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민간의 투자부진을 정부의 규제완화 부족 탓 등으로 돌리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민간 스스로 투자를 확대하고 시장을 창출하는 적극적인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다만 투자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하고 기업이 투자의욕을 보일 때 실제 투자로 잘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완화와 확장적 통화정책 유지 등에 촛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의 자금사정이 다소 개선되고 있으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여전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본격적으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확장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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