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마침내 LCD 유리기판 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것은 LG그룹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전후방 산업을 미래 주력으로 확실히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미국 코닝과 일본계 몇몇 업체들이 독식하는 철옹성 같은 시장에, 향후 3년간 조단위가 넘는 돈을 쏟아붓겠다며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LG화학이 7세대 이상 대형 유리기판 사업화에 성공할 경우 LCD 패널 선두 업체인 계열사 LG디스플레이를 등에 업고 우리나라 ‘토종’ 유리기판 업체로 탄생하게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리를 신성장동력으로=LG화학은 오는 2012년초 양산을 목표로 파주 LCD 클러스터내에 1조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7세대 이상급 LCD용 유리기판 생산 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우선 올 하반기부터 4300억원의 초기 투자를 통해 내년 이맘때쯤 7세대급 유리기판 공장 1기 라인을 가동한뒤 8세대 유리기판까지 생산할 수 있는 총 3기 라인을 구축키로 했다. 연산 1700만㎡의 양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18년에는 LCD 유리기판 매출액 2조원을 달성함으로써 기존 정보전자소재 사업에 이어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LG화학은 이미 지난 2007년부터 유리기판 사업을 타진해왔고, 마침내 지난 2월 독일 쇼트사와 기술 도입 계약을 통해 본격 채비를 갖추게 됐다.
◇배경=LG화학이 LCD 유리기판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은 갈수록 급성장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전후방 산업의 경쟁력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CD 유리기판 시장은 기술 도입 업체인 독일 쇼트사조차 지난해 사업 철수를 단행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삼성코닝정밀유리를 포함해 미국 코닝 계열이 세계 시장의 60% 가까이를, 나머지를 아사히글라스·NEG·아반스트레이트 등 일본계 업체들이 양분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LCD 원부자재 가운데 부가가치는 가장 높다. LCD 부품·소재 원가의 20%를 차지하며 올해는 세계 시장 규모가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현실적’인 이유는 바로 삼성코닝정밀유리다. 7세대 이상 대형 패널로 올라가면 삼성코닝정밀유리가 거의 8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한국에 8세대 LCD 라인용 용해로를 대규모 양산 가동중인 곳으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LCD 패널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모두 삼성코닝정밀유리 의존도가 높아지는 이유다. LG그룹 입장에서 “LCD 패널 사업으로 번 돈으로 삼성 좋은 일 시켜준다”는 시각이 팽배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LG그룹으로서는 최근 LCD 패널 시장에서 대형 유리기판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 또한 강세를 띠는 것도 더 이상 유리기판 사업화를 늦출 수 없는 위협적인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산은 있다=유리기판 업계에서는 특허나 핵심 원천기술보다 실제 ‘양산기술’이 관건이라는 게 정설이다. 양산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비록 LG화학이 유리 관련 원천 기술은 없어도 그동안 편광판을 비롯해 디스플레이 소재 양산 기술을 충분히 축적해 온 만큼 승산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은 성형·냉각·절단·연마 등 핵심 공정기술을 석유화학의 고온제어기술을 활용해 자체 개발, 최근에는 양산성을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내년 하반기 7세대급 1기 라인을 시험 가동하면서 대규모 양산에 앞서 미비점도 보완할 계획이다. 김반석 부회장은 “편광판 사업도 처음 시작할때 모두 반대했지만 지금은 세계 시장 1위로 키워냈다”면서 “유리기판 사업은 우리가 경쟁사 대비 양산 경쟁력을 충분히 보유할 수 있다는 자신이 섰다”고 단언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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