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기업](25)유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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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에서 풍력발전하면 수식어처럼 붙는 기업이 있다. 유니슨(대표 김두훈)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유수의 대기업이 풍력발전기 개발에 뛰어들고 있지만 풍력만큼은 유니슨을 첫 손에 꼽는다.

 유니슨·두산중공업·효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풍력발전 삼국열전에서 몸집은 작지만 빠른 의사결정과 오랜 경험, 집중적인 투자로 당당히 선두에 나섰다.

 사실 유니슨의 모태는 교량 건설용 내진제품 제조업으로 국내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1999년 풍력발전사업에 진출, 6년만인 2006년에 강원도 대관령에 국내 최초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데 성공, 대표적 풍력발전 전문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해에는 2㎿급 풍력발전기를 자체 기술로 개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미 양산체제까지 갖춘 기어리스(기어가 없는) 방식의 750㎾급 풍력발전기를 지난해 부산 고리원자력발전소에 설치하면서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국산 제품으로는 처음이었다. 기어리스 풍력발전기는 유지·보수가 쉽고 내구성이 강해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제품으로 국제 인증까지 받았다.

 지난해 미국 ‘자이온 윈즈(Zion Winds)’와 공급계약을 이끌어내면서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진출, 국산 풍력발전기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를 시작으로 키르기즈스탄 내 100㎿ 규모의 풍력발전단지와 에콰도르 풍력발전단지(129㎿) 건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면서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자메이카·스리랑카·케냐 등과도 풍력발전기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다.

 외산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국산 풍력발전기를 꽂은 유니슨이 외산 제품이 판치는 세계 시장에서 이러한 성과를 올린 것은 우리 제품의 가능성과 우수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군 750㎾ 3기를 비롯해 인제군 4기, 제주도 2기 등 지자체가 추진 중인 국산화 풍력발전실용화사업 발주물량 전부를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5월엔 한국남동발전과 국내·외 풍력발전사업 추진을 위한 MOU를 교환, 2010년까지 강원도 태백시에 45㎿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총 323㎿에 달하는 발전단지 건설을 계획 중이다.

 유니슨은 늘어나는 물량을 충당하고 세계 시장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현재 중국과 미국 등지에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텍사스주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모든 부품을 자체 생산, 수송비로 인한 원가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동북 3성 중 하나를 놓고 조율 중이다. 현지 업체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 1단계로 300억원을 투자해 연산 100㎿ 규모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총 3단계로 추진되며 완공할 경우 연간 1000㎿의 풍력발전기를 시장에 내놓게 되며, 중앙아시아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유니슨의 이러한 성공신화는 기술과 경험, 노력이라는 3박자가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 기어리스 방식의 풍력발전기 제조기술을 비롯해 2㎿급 풍력발전기 개발 성공, 대관령과 영덕에서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운영을 통한 경험, 5년 이상 해외 유명 전시회 단독 참가 및 국제 입찰 등 풍력발전을 위한 기반을 완벽하게 갖췄다.

 지난해부터는 경남 사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자유단조 공장을 준공, 타워 등 주요 부품을 자체 공급하는 것은 물론 단조부문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풍력발전분야의 수직계열화를 구축했다. 유니슨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주목 이 제품-750㎾급 기어리스형 풍력발전 시스템

 유니슨을 대표하는 750㎾급 기어리스형 풍력발전시스템은 2002년 국책과제로 수행,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제 인증기관으로부터 설계인증(GL, 독일·2005년), 형식인증(DEWI-OCC, 독일·2007년)을 획득했다. 양산체제까지 갖추면서 바야흐로 국산풍력발전기 시대를 열었다.

 핵심부품인 블레이드·발전기·타워·제어 시스템·전력변환장치 등 전체 부품의 90% 이상을 국산화에 성공, 베어링류 등 일부 부품만 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기존 기어드 타입의 풍력발전기가 복잡한 동력전달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반면, 유니슨의 제품은 기어가 없어 동력전달장치가 단순하고 간결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풍력발전기 구성품이 적어져 조립은 물론 유지·보수도 쉬워졌다. 무게도 가벼워 설치문제도 해결됐다. 회전 속도를 늦춰 수명과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2007년 개발을 끝낸 2㎿급 풍력발전시스템은 같은 해 11월 국제 인증기관으로부터 설계인증(GL, 독일)을 획득, 현재 강원도 태백에서 실증시험 중이다. 타 제품과 달리 중속도 회전방식을 채택, 시스템의 내구성과 기어·베어링 등 부품 수명을 증대시켰다.

 단일 메인베어링 구조방식을 적용해 드라이브 트레인 구조를 단순화했으며 회전력만이 기어박스에 전달되도록 설계, 기어박스의 내구성 및 신뢰성을 높였다. 또 영구자석을 사용함으로써 자기장을 형성시키기 위한 외부여자장치가 필요 없게 돼 풍력발전기 효율을 높였다는 평가다.

 ◆인터뷰-김두훈 사장

 “풍력발전은 이미 계통한계가격(SMP)보다 낮아 경제성을 갖췄습니다. 보급 위주의 정책보다 수출산업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입사 10년 만에 유니슨을 대표하는 위치에 올라 선 김두훈 사장은 국산 풍력발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명무실한 보급지원제도 보다는 제조업체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다.

 김 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이미 풍력발전은 발전차액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가격이 한전이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보다 낮아져 지원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2013년이면 석탄을 이용한 발전보다도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풍속이 초속 8m만 되면 원자력보다도 발전원가가 낮아진다.

 “이미 세계는 풍력발전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저마다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세계시장 규모가 500억달러에 달했죠. 2013년엔 1000억달러 시장이 형성됩니다. 우리나라 효자 산업이라는 조선업을 넘어서게 될 것입니다.”

 김 사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풍력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이 선택한 것이 바로 기업간 파트너십이다.

 강점인 기술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외적인 부분은 해당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기업과 손을 잡는다는 것이다. 대우인터내셔널과의 제휴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파트너 기업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기술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 좋고 제휴업체는 고유 사업을 영위하면서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이죠.”

 김 사장은 파트너십을 확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맞는 아이템을 발굴, 사업화로 이끈다는 구상이다. 김 사장이 말하는 녹색성장의 키워드는 바로 에너지절약과 신재생에너지다. 그 중심에 풍력발전이 있다.

 “우선적으로 풍력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발전기 제조부터 단지 운영까지 풍력 종합메이커로 발돋움하는 것이죠.”

 김 사장은 현재 교량건설·풍력·단조로 나눠져 있는 유니슨의 사업부문을 중장기적으로는 개별 분리한다는 방침이다. 각 사업조직을 하나의 사업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꺼려할 수도 있지만 아이템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김 사장의 구상이다. 풍력발전의 경우 서울과 천안으로 나눠져 있는 인력을 하나로 모을 계획도 갖고 있다.

 “유니슨의 주력사업인 교량건설과 풍력·단조는 장기적으로 독립법인화할 계획입니다. 단순히 사업을 따로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부문별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죠. 바로 유니슨의 미래입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