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성 10라인` 가동 불투명

300㎜ 웨이퍼용 장비 발주 시일 `차일피일`

삼성전자의 화성 10라인 연내 가동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2분기 들어 회복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뎌 2조원대 안팎의 자금을 설비 증설에 선뜻 쏟아부기엔 경영 부담감이 적지 않아 증설 투자 시점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가동 목표로 화성 10라인 내부에 계측 장비만을 남겨 놓은 채 기존 장비를 4라인으로 옮겨 놓는 등 200㎜ 팹에서 300㎜ 팹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300㎜ 웨이퍼용 장비 발주 시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10라인의 팹 전환 투자는 제외한 채 40나노급 D램 공정을 새롭게 도입하고 주력 공정을 50나노급 D램 공정으로 교체하는 등의 미세 공정 기술 전환에 필요한 장비 투자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10라인 가동 시점을 연말이 아닌 내년초로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가 10라인을 300㎜ 팹으로 전환한 후 연내 재가동하기 위해선 지난달말 장비를 발주해야 정상 일정인데 구매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화성 10라인이 당초 300㎜ 팹을 타깃으로 지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반도체 장비 관련 발주·운송·설치·시험 가동 등의 일정을 감안하면 5∼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반도체 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공정 기술 전환을 위한 장비 구매만을 협의하고 있을 뿐 아직까지 10라인 증설을 위한 장비 투자 얘기는 일절 언급되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10라인 투자 시점이 계속 미뤄지는 분위기에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10라인 증설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메모리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어서다. 삼성 내부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 2분기 영업이익이 간신히 적자를 벗어난 상황에서 증산 투자는 의미가 없고 오히려 공정 기술 전환 투자가 제조 원가 절감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밝혀 화성 10라인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10라인의 증설투자 시도가 곧 바로 대만업체의 설비투자 경쟁을 유도, 메모리 공급과잉 현상을 다시 불러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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