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했던 국민연금이 올해 하반기 주식투자 비중을 축소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 증시의 수급 전망이 어두워졌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는 올해 하반기 주식비중을 기존 17%에서 15.2%로, 대체투자는 6.0%에서 5.0%로 축소하는 대신 국내채권은 69.3%에서 72.1%로 늘리는 내용의 ’2009년도 국민연금기금 운용계획변경안’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주식비중 축소는 하반기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주가를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분석부장은 “금융위기가 최악의 국면은 마무리했지만 회복하는 데는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일단 경기 회복 속도를 지켜보자는 입장에서 주식 비중을 축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축소 방침은 예견된 부분이다. 국민연금이 지난 3월부터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비중축소는 수급 측면에서 중립 내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지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추가 상승하려면 수급 측면에서 돌파구가 마련돼야 하지만 국민연금의 비중축소는 이런 기대에 역행하고 있다.
특히 투신권의 매도와 최근 들어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던 외국인 매수세마저 둔화되고 있어 하반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지난해 10월 지수가 끝모르게 추락하자 하루에 수천억원씩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 수급의 방어막 역할을 했었다. 삼성증권 이기봉 거시투자전략파트장은 “국민연금의 비중축소는 올해 지수가 1,200~1,300선에 있을 때 연기금 매물이 많이 나와 시장에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최근 기관 자금이 회사채로 많이 들어가면서 기관의 매수 여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민연금이 내년에 주식비중을 늘리기로 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삼성증권 이기봉 파트장은 “국민연금이 내년에 주식비중을 늘리기로 한 것은 올해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비중을 축소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내년에 안정적인 수급처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의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해 기관이 매물을 내놓고 있더라도 외국인의 매수 기조로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내년에 비중을 확대하면 하반기에 선반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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