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소·벤처기업 정책자금이 반토막났다.
정부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올해 절반 수준으로 대폭 축소 책정했기 때문이다. 은행 등 금융권이 경기 회복으로 올해보다는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겠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시설투자 등에 특화한 정책자금 본연의 기능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 연구개발(R&D) 등 투자 활성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30일 관련 정부당국 및 기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중소기업청에 제시한 2010년 중소기업 정책자금 예산 실링(한도)은 2조4700억원으로 파악됐다. 올해 5조8500억원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제외한 4조2500억원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중기청은 재정부 요청에 따라 이날까지 창업초기기업육성·개발기술사업화·신성장기반자금 등 10여개 항목별로 예산을 편성해 보고했다. 이번 정책자금 예산은 부처간 추가 협의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이 있지만, 최초 한도가 워낙 낮아 얼마까지 늘어날지 의문이다.
중기청 고위 관계자는 “이번 예산 규모는 너무 비효율적 삭감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며 “중기청 입장에서는 내년 경기가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추경을 제외하고서라도 예년 수준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는 경기 때문에 운전자금을 많이 했지만 내년에는 시설자금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예산을 추가로 요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같은 경우 특별한 케이스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년에 예년 수준 이하로 급격히 줄이는 것은 문제”라며 “특히 내년 경기가 살아나면 시설투자에 나서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들이 대비를 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자금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중소기업정책자금은 올해 본예산에서 4조2500억원을 책정했으나 경기침체 여파에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주요 자금이 2∼3월에 조기 마감됐다. 이때문에 정부는 추가경정을 통해 확보한 예산은 5월부터 월별로 일정분만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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