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닌텐도 울 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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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와 환율 급등으로 한국 게임시장에서 닌텐도와 소니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 진출 이후 승승장구하던 닌텐도는 불법복제 피해에다 엔화 급등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적자로 전락했지만, 소니는 불법복제 문제를 피해가면서 환율까지 적절히 반영해 2년간의 부진을 딛고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일궈냈다.

이 같은 내용은 28일 한국닌텐도(대표 고다 미네오)와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대표 이성욱, 이하 SCEK)의 2008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나왔다. 두 회사 모두 일본 업체여서 실적은 2008년 4월 1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의 수치다.

SCEK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회사는 2008년 726억원의 매출과 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실적인 매출 554억원과 영업이익 10억원에 비해 각각 31%와 140% 늘어난 수치다. 특히 SCEK는 2006년 253억원의 매출에 12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을 만큼 부진했는데 최근 2년에 걸쳐 실적이 정상궤도를 찾았다.

한국닌텐도는 한국 진출 3년 만에 적자로 전락했다. 한국닌텐도는 2008 회계연도에 매출 2654억원과 영업손실 2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07년의 2045억원에 비해 29.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331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됐다. 본지 6월 25일자 3면 참조

세계 게임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양사의 명암을 가른 것은 불법복제다. 닌텐도는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DS는 물론이고 가정용게임기 위(Wii) 모두 극심한 불법복제에 시달렸다. 반면에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3가 블루레이 디스크를 사용하면서 불법복제 피해가 적었다. 블루레이는 불법복제가 기술적으로 어렵고 공(空) 블루레이 디스크 가격이 비싸다. SCEK 측은 “불법복제 문제가 해결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최근 휴대형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포터블(PSP)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2009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닌텐도 측은 “불법복제 문제도 컸지만 엔화 급등에도 가격을 올리지 않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일본에서도 닌텐도의 거침없는 질주가 한풀 꺾이고 소니의 반격이 효과를 내면서 올해 양사의 예상 실적은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리서치컨설팅업체 스트라베이스에 따르면 지난 3월 닌텐도 위의 일본 판매량이 9만9335대인 데 비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는 14만6948대가 팔렸다. 위가 일본에서 가정용 게임기 판매 1위를 놓친 것은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스트라베이스는 “통상적으로 일본 시장의 소비 경향이 2∼3년의 시차를 두고 해외에서 재현되는 사실을 감안할 때 위의 판매 부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