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 Innovation Leader-"비즈니스 환경 맞춰 차세대 사업 진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비즈니스 상황에 따른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작년 이맘때 이병호 한국투자증권 전무(CIO)가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그리고 1년 뒤인 지금 한국투자증권은 계획대로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대형 증권사로서는 다소 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오히려 비즈니스 변화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이병호 전무는 국내 증권업계에서 가장 먼저 차세대를 고민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옛 동원증권의 부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차세대 프로젝트를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 당시 새로운 시스템과 아키텍처가 필요하다고 판단, 차세대 프로젝트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던 찰나였다. 하지만 동원증권이 투자신탁사였던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하게 되면서 차세대보다는 시스템 통합이 먼저 추진된 것이다.

 이 전무는 “양사 합병으로 인해 ‘통합’이라는 큰 이벤트를 치러야 했기 때문에 차세대 프로젝트는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통합작업 역시 향후 차세대 프로젝트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일생일대의 도전 ‘차세대’=이 전무는 한국투자증권과 옛 동원증권의 시스템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주인공이다. 그 당시 그가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speed of quality’.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최상의 통합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이 전무는 “비즈니스 전략에 맞춰 무조건 6개월 이내에 두 회사의 시스템을 통합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며 “옛 동원증권은 브로커리지에 강점이 있는 전통적인 증권사였고 한국투자증권은 투신사였는데 양사의 장점을 살리는 데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업무에 따라 강점을 가지고 회사의 시스템은 살려두고 약한 쪽은 버리는 과감한 전략을 펼쳤다.

 이 전무는 “증권사 중에서 제일 먼저 차세대를 할 수도 있었지만 통합작업으로 인해 차세대 프로젝트가 연기됐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다른 회사보다 늦게 준비하다 보니 비즈니스 환경 변화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더 나은 선택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는 이 전무가 15년 동안 증권사 CIO로 있으면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총 500억원 이상이 투자되는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 옛 동원증권 시절 증권사 최초로 전사에 걸쳐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를 도입할 때도 증권업무에 BPM 적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만큼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도 충분한 기술 검증작업을 거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11년 2월 오픈을 목표로 통합 트레이딩시스템 구축 등 비즈니스 개선과제 13개와 고객 채널 통합시스템 구축 등 IT 인프라 개선과제 9개 부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1차 단계로 업무 분석 및 요건 정의 단계에 있다. 1차 SI사업자로는 한국IBM이 선정됐으며 업무 프로세스(PI) 개선은 AT커니가 프로젝트관리조직(PMO)은 삼정KPMG가 맡고 있다. 이들은 오는 10월 말까지 업무 분석작업을 최종 완료하고 2단계 개발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전무는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맞춰 시스템 유연성과 확장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며 “여기에 차세대시스템으로 타임 투 마켓을 실현함으로써 고객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업무 효율화 방안에 집중=이 전무는 그동안 차세대 프로젝트를 하기에 앞서 여러 대형 증권사의 차세대 추진 현황을 주시해 왔다. 잘된 점은 적극 수용하고 애로사항들은 미리 대처할 수 있도록 선행 사례들을 집중 분석했다. 특히 최근에 오픈했던 대신증권에는 직접 CIO를 찾아가 핵심 업무에 J2EE를 적용했던 내용을 전해들었다.

 이 전무는 “아직 업무 분석 단계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방향이 결정된 것이 없다”며 “앞서 추진했던 사례들을 점검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세대를 한다고 해서 레거시시스템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1년 넘게 차세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만큼 기존 시스템의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도 신경을 쓰겠다는 방침이다.

 이 전무는 직원들에게 “이제부터는 모자를 두 개 쓰고 다녀라”고 얘기한다. 차세대 개발과 기존 시스템 운용이라는 두 업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은 조직체계도 개발 진척도에 따라 계속 변경할 수 있는 유동적인 조직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 전무는 사용자들이 보는 화면을 먼저 완성하라고 주문했다. 백본시스템과는 연결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개발된 화면을 보고 사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해가면서 이들의 요구를 온전하게 반영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즉 가상 사용자 화면에서 이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수집하고 업무 시뮬레이션으로 시스템 이해도를 사전에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전무는 “프런트엔드의 시스템이 먼저 개발되면 자연스럽게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시스템을 교육할 수도 있고 테스트도 충분하게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직원들과의 ‘소통’ 중시=늘 웃음을 머금고 있는 이 전무의 얼굴 뒤엔 강력한 추진력과 함께 특유의 친화력도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직원들과의 ‘다이렉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자리를 자주 만들고 있다. 원래부터 직원들과 함께하는 회식에 자주 참석하는 편이었지만 차세대를 진행하게 되면서 이런 기회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 전무는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자주 대화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실제 회식 자리에서는 일 얘기보다는 인간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인터뷰하던 날 역시 그는 회식 일정이 잡혀 있었다. 회식에 앞서 그는 직원들의 프로필을 다시 한번 살펴보곤 한다. 직원 개개인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일념에서다.

 이 전무는 내부 인력과 외부 인력 간의 협업과 팀워크가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의 성공을 판가름하는 열쇠라고 보고 이들 간의 협업을 위한 다양한 채널과 도구들도 마련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이병호 한국투자증권 IT본부 전무는

 1980년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 조지아공대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1993년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굿모닝증권의 전산업무지원본부 상무를 지냈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투자증권 IT본부 전무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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