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전문계고 육성사업이 중복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마이스터고 육성 지원사업’과 노동부와 국방부 등의 부처가 추진하는 ‘특성화 전문계고 육성사업’이 사실상 같은 취지의 사업인데도 각기 추진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일각에서는 대통령 공약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취지가 변질돼 결국 생색내기 사업이 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서둘러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기존 정책과 연계를 강화하고 사업의 허점을 보완해 학생들을 진정한 장인으로 육성할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부처가 지원하는 특성화고는 국방부(10개교), 문화체육관광부(2개교), 농림수산식품부(19개교), 특허청(4개교), 중소기업청·노동부(71개교) 등 총 106개교에 이른다. 이 사업의 목표는 ‘지식과 실무를 겸비한 맞춤형 현장 전문인력 양성’이다.
내년 3월 출범하게 되는 마이스터고 사업의 목표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 육성으로 특성화 전문계고 육성사업과 다를 바가 없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선정된 21개 대상 학교의 면면을 보면 기존의 특성화고 지원대상과 거의 일치한다. 결국 지원대상, 내용, 목적에서 두 사업의 차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전문계고의 한 교사는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학교들은 이미 진학률, 취업률이 높은 전문계고 중 우수학교들”이라며 “결국 잘하는 학교에 더 지원해줘 보기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는 생색내기 사업”이라고 비난했다. 이 교사는 전문계고 내 서열화 때문에 지원받지 못하는 학교는 경쟁에서 더욱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사업이 처음부터 겹쳤던 것은 아니다. 당초 마이스터고 사업은 첨단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과학자나 엔지니어보다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체 현장의 ‘중견 기술자’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정책 입안 초기에는 소규모 학교에서 장인을 만들어 내겠다는 취지였고, 이에 따라 200명 이내의 학교를 지원하겠다는 게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진행 과정에서 취지가 변질되면서 기존의 특성화고 사업과 내용이 동일해졌다.
선정된 분야도 ‘뉴미디어콘텐츠’ ‘모바일산업’ ‘항만물류’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를 두고 교과부는 ‘세분화·다양화되어가는 산업 추세를 반영해 블루오션을 개척해 나가려는 노력’이라고 포장했지만, 사실상 첨단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전문계고를 마이스터고 사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일 뿐이다.
국립대의 한 교수는 “특성화고 육성사업의 1모형이 마이스터고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라며 “고교 다양화라는 공약의 일환으로 추진하다보니 비슷한 사업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취지는 좋지만 중간 단계가 비어 있다”며 “고교 3년을 졸업한다고 해서 젊은 마이스터가 될 수 없고, 진정한 마이스터가 되기 위한 졸업 후 지원 및 육성과정이 없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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