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15개 전 계열사의 재무·인사 조직을 순차적으로 통합한다. 그룹 계열사의 재무·인사 조직을 통합하는 것은 극히 드문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웅진그룹이 과감하게 통합을 결정한 배경에는 IT가 큰 영향을 미쳤다.
웅진그룹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이재진 웅진홀딩스 IT서비스본부 상무는 “웅진그룹의 인사·재무시스템은 이미 SAP 기반으로 표준화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인사·재무 조직이 통합된다 하더라도 업무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IT를 기반으로 프로세스가 표준화 돼 있어 업무 효율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그룹의 인사·재무조직 통합은 IT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 혁신이 현업의 조직 혁신을 이끈 대표적 사례다.
웅진그룹의 IT표준화는 지난 2003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다른 중견그룹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그룹 IT전략을 마련하며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셈이다. 당시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웅진코웨이개발(웅진코웨이로 합병)·웅진싱크빅·웅진식품 등 4개사의 IT 인력을 웅진홀딩스로 통합, IT셰어드서비스센터를 출범시켰다. 이후 점차적으로 15개 전 계열사의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 확대해 나갔다.
이를 기반으로 웅진그룹은 그룹 전반에 중장기 정보화전략(ISP)을 수립, 이를 토대로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그룹웨어시스템·전사포털(EP)시스템 등 IT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때 모든 계열사의 시스템들이 동일한 전략에 맞춰 구축됐다. 시스템은 물론이고 프로세스까지 표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룹 차원의 IT 인프라를 갖춘 웅진그룹은 다음 단계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이 상무는 “당시 앞다퉈 구축됐던 각 계열사의 IT 인프라를 기반으로 상당히 많은 부문에서 프로세스를 변화시켜 왔다”며 “이후부터는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비즈니스 효과를 창출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바로 이때가 이 상무가 웅진그룹의 CIO를 맡게 된 시점이다.
이 상무는 CIO를 맡고 나서 가장 먼저 물류 영역에 비즈니스 효과를 극대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고 물량의 정확한 예측이 필요했다. 더욱이 당시 공장들의 생산방식을 기존 계속 생산방식에서 주문생산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여서 재고량 파악과 예측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 상무는 “웅진코웨이 등은 AS 기술자나 코디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재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이나 예측이 불가능하면 막대한 비용만 낭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웅진그룹은 정확한 재고 물량을 파악, 예측할 수 있도록 해당 프로세스를 IT시스템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공급망관리(SCM)와 연계해 생산 계획·물류 계획·판매 계획 등을 수립할 수 있었다. 지난 2007년부터 재고 물량 시스템화로 연간 100억원의 재고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상무는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했다. 당시 정수기·비데 등 가정용 전자제품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비스 경쟁이 매우 중요한 이슈로 여겨지게 됐다. 따라서 웅진코웨이도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방안은 모바일오피스 도입이었다.
이 상무는 “당시 웅진코웨이는 산업용PDA 총 1만5000대를 도입해 코디에게 1만2000대를, AS기사에게 3000대를 지급했다”며 “이를 통해 코디와 AS 기사는 내부 ERP시스템과 연계된 PDA로 고객과의 일정은 물론이고 각종 자재 요청 및 현황 파악 등을 외부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정확한 교체 시점 예측과 각종 장애 관리로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현재 웅진싱크빅의 학습지 방문교사들도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학습지 교재 배달부터 과금까지 다양한 업무를 모바일로 처리하고 있다.
이 상무는 최근들어 환경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꾸고 있는 웅진그룹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국내기업 중 최초로 전문 최고환경책임자(CGO)를 영입하는 등 환경기업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 상무는 “환경기업답게 국내에서는 가장 앞서 환경 규제 프로그램 등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며 “이 부문에서도 IT가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내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에 대응하고자 검사지 기록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제조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을 기록한 검사지들을 자동화하는 시스템이다. 탄소인벤토리시스템도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협력업체에서 부품을 도입하는 과정부터 제품이 생산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탄소가 얼마나 배출되는지를 점검하고 이에 대한 탄소 저감 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현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으며 연내 시스템 구축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 1∼2년 사이에 인수한 극동건설과 웅진케미칼의 정보화 추진계획도 마련 중이다. 지난 2007년 인수한 극동건설은 인수 직후 인사·재무시스템에 대해서는 그룹 표준화를 적용했다. 이 상무는 “의외로 건설업체들의 IT 도입이 활발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건설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ERP 재구축 등 극동건설 정보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웅진케미칼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ERP 영역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 공덕동 본사에 입주해 있는 주전산시스템도 KT 목동센터로 이전할 예정이다.
신혜권기자 hkshin@
이재진 웅진홀딩스 IT서비스본부 상무는
1972년 서울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자동차 경영지원본부, 언스트앤영컨설팅, PwC 수석컨설턴트를 거쳐 웅진그룹 IT 자회사인 웅진에스트(웅진홀딩스로 통합) 기획부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7년부터 웅진그룹 CIO로서 웅진홀딩스 IT서비스본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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