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용 영상 블랙박스의 사생활 침해를 놓고 제조업체와 시민단체간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통사고 영상을 녹화하는 차량용 영상블랙박스는 지난 2007년 인천의 법인택시 5385대가 장착해 사고예방에 효과를 거두자 전국의 택시업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한나라당 정미경 의원은 지난 3월 영상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는 ‘교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상임위에 계류 중이어서 향후 시장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는 영상 블랙박스가 사생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최소한의 기술기준과 법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영상 블랙박스는 차량 전방시야만 촬영하는 1채널 기종과 차량 내부의 동영상과 음성까지 기록하는 2채널 기종으로 나뉜다.
택시업계는 대부분 사고발생시 실내 상황을 녹화해서 정확한 사고규명이 가능한 2채널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2채널 블랙박스의 실내 촬영 및 녹화기능을 문제삼고 있다. 택시고객의 사적인 대화를 인터넷에 올리거나 협박도구로 삼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의 한 관계자는 “법적 근거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블랙박스 보급이 확산되면 프라이버시 침해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우텍, 티벳시스템, KT로지스 등 2채널 블랙박스를 제조하는 기업들은 사생활 침해문제는 기술적 보완이 가능하며 실내 녹화가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지난 1월 17일 강원도 속초에서 택시강도가 범행 하루만에 붙잡혔는데 택시에 저장된 실내영상이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 고현익 벤츄리시스템 이사는 “실내 촬영, 녹화기능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다면 사생활 침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요즘엔 사생활 침해에 민감한 미국, 유럽에서 오히려 2채널 제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블랙박스의 사생활 침해를 억제할 민간차원의 기술표준 제정작업도 가속이 붙고 있다. 한국텔레매틱스산업협회는 지난 2월부터 영상블랙박스의 기술표준 초안을 추진 중이다. 핵심조항에는 블랙박스의 녹화영상이 함부로 유출되지 못하도록 암호화 기술을 적용하고 경찰당국이 지정하는 공식기관에서 공개된 영상만 법적효력을 인정할 예정이다.
텔레매틱스산업협회의 배효수 국장은 “블랙박스가 차량내부의 영상, 음성을 기록해도 개인이 함부로 못보면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사라진다”면서 하반기까지 영상블랙박스와 관련한 기술초안을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