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는 액자 같다. 얇고 가벼울 뿐더러 케이스(베젤) 부분이 거의 화면과 일치해 화면이 곧 TV다. 군더더기 없는 이런 디자인은 TV를 틀면 액자 속 사진이나 그림을 보는 것 같이 눈을 즐겁게 한다. TV가 액자를 닮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TV를 거실의 인테리어 포인트로 쓸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사람들이 TV를 오랫동안 두고두고 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TV에도 풀 수 없는 단점이 하나 있다. 문어발처럼 치렁치렁 늘어진 케이블들이 바로 그것이다. 전원 케이블은 어쩔 수 없다 쳐도, 각종 AV기기들과 연결하는 케이블들은 처치 곤란이다. 또 게임기, PC 등 TV와 연결하는 기기들도 갈수록 늘어나 TV의 깔끔한 디자인을 무색하게 만든다. 케이블을 끈으로 예쁘게 묶는다 해도 지저분한 케이블들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무선TV의 등장 배경=무선TV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고안됐다. 구성은 간단하다. 무선TV에는 기존 TV와 달리 무선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미디어 박스’라는 장치가 하나 더 있다. TV에 연결하는 각종 기기들, 예를 들어 △DVD 플레이어 △게임기 △셋톱박스 등은 모두 이 미디어 박스에 연결하면 된다. 그러면 미디어 박스는 외부 장치들에서 나오는 신호를 무선으로 TV 본체에 전송해 이용자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식이다.
미디어 박스는 HDMI는 물론 컴포넌트, 컴포지트 등 다양한 연결 포트를 제공하고 USB 포트도 지원한다. 따라서 TV 뒤에는 오로지 하나, 전원 케이블만 연결하면 된다. 요즘 새롭게 건설되는 아파트엔 전원 케이블도 숨길 수 있도록 공사가 돼 사실상 모든 케이블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TV 뒤에 지저분한 케이블을 직접 연결하지 않아도 되니, 이제 TV의 인테리어 효과는 한층 더 강화된다.
◇무선도 풀HD=사실 무선TV가 나온 지는 꽤 됐다. 영상 소스를 TV에 무선 전송하는 기술들은 수 년 전부터 개발돼 왔으며 지난 2004년부터 상용 제품이 본격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기술적으로는 무선TV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무선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데이터 전송량이 유선에 비해 적고 속도 역시 떨어지다 보니, 고화질 데이터를 전송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고화질 데이터를 전송하기 힘들었다는 것은 화질 저하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의 TV는 기존 TV와 획을 긋는 제품들이다. 바로 무압축, 무손실 전송 방식을 적용한 무선TV가 개발된 것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LG전자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LH80 시리즈(42·47·55인치)’다. 이 제품은 풀 HD영상을 압축하지 않고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적용, 화질 손상 없이 원본 그대로의 영상을 구현한다. 기존 무선TV들은 영상을 무선으로 실어 나르는데만 집중해 데이터를 작게 압축해야만 했고 이는 화질 손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무압축, 무손실 전송 방식을 통해 이런 단점이 완전히 사라졌다. 또 새로운 무선TV는 무압축, 무손실 기능 외에도 신호를 보낼 때 무언가 전송을 방해한다면 자동으로 장애물을 피해 또 다른 전송 경로를 찾아내기 때문에 신호가 손상되는 일이 없다.
◇기술적 배경은=무압축, 무손실 무선TV에 사용된 기술은 ‘와이어리스(Wireless) HD’다. 이 기술은 지난 2006년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미국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인텔·사이빔, 그리고 일본의 가전 업체 소니, 도시바 등 다국적 기업들로 구성된 ‘와이어리스HD 컨소시엄’에서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HD 미디어 스트리밍과 전송용 차세대 무선 인터페이스 규격을 만들기 위해 출범된 업계 표준 단체다.
와이어리스HD는 60㎓대의 밀리파를 사용, 3.8Gbps라는 최대 데이터 전송속도를 실현시켜 1080p의 HDTV 영상을 비압축으로 전송할 수 있다. 전송거리는 10m에 이른다. 미디어박스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아도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는 거리다.
많은 TV 제조 업체들이 HD 영상을 무선 전송할 수 있는 슬림형 TV를 실용화해 왔으나 아직까지 1080p 영상을 비압축으로 무선 전송하는 시스템은 없었다. 1080p영상을 전송하기에는 무선기술이 역부족이었기 때문인데, 와이어리스 HD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TV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우경 LG전자 상무(HE마케팅팀장)는 “단순해 보이지만, 미디어 박스에서 TV로 동영상 등의 정보를 보낼 때 압축하지 않고 원본 영상을 그대로 보내는 기술이나, 중간에 사람 등 장애물이 있어도 전송이 가능하도록 한 기술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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