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하지만 영화 황산벌에서는 이와 달랐다. 영화에서는 “호랑이는 가죽 땜시 죽고 사람은 이름 땜시 죽는 거여, 인간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호랑이의 멋진 가죽은 호랑이를 죽음에 몰아넣는 이유가 된다. 포수가 호랑이 사냥에 나서는 것도 가죽 때문이다.
명예는 멍에가 되기도 한다. 리더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지만 리더기 때문에 애달픈 것도 많다. 양날의 칼처럼 권한과 책임은 함께 따라붙는다. 리더에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기회만큼 이름을 더럽힐 리스크도 함께 따라온다.
요즘은 리더 노릇 하기가 너무 버겁다. 깃발 든 리더의 대의명분에 헌신했던 기성세대와는 달리 코드가 맞는 아이콘의 개성에 더 열광하는 신세대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리더의 시대가 아니라 아이콘의 시대다. 엄연한 직위를 부여받은 리더보다도 모두에게 흥미로운 아이콘이 더 설득력이 있다. 리더의 열 마디 충고보다 인기 있는 연예인의 한마디 농담에 더 자극을 받는다.
리더에게 힘을 모아 충성을 다해도 버거운 현실이다. 하지만 책임감이나 충성은 리더의 희망사항이다. 구성원들은 따로국밥이다. 리더들은 감성 시대, 수평 시대, 다양성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던 때부터 권한을 빼앗겼다. 대신 책임만 잔뜩 짊어졌다.
리더의 길은 고독하다. 겸손하면 만만하다고 삿대질을 하고, 당당하면 오만하다고 손가락질한다. 좋았던 관계가 족쇄가 되기도 하고, 소신 있는 가치관이 도그마가 되기도 한다.
리더가 되는 것은 ‘안티 십만 양병’을 육성하는 일과 비슷하다. 러디가 되는 순간부터 외로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단하고 먼 길은 매력적이다. 왜 산에 오르냐는 질문에 ‘산이 거기 있어서’라고 답했던 것처럼, 거기 리더의 길이 있어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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