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업계의 초고속 승강기 수주를 위한 물밑경쟁이 불붙고 있다.
11일 오티스, 현대엘리베이터, 티센크루프 등은 주춤하던 초고층 빌딩 건축이 올들어 줄줄이 승인이 나자 관련 승강기 시장을 겨냥한 전방위 영업활동에 나서고 있다. 초고속 승강기는 통상 40층 이상의 빌딩에 들어가는 분속 300m급 이상의 승강기종을 의미하며 고도의 기술력과 시공경험이 필요해 외국계 기업들이 관련시장을 독식해왔다. 2015년까지 국내에 들어설 100층 이상의 고층빌딩은 현재 발표된 계획만도 10여개에 달한다. 초고층빌딩의 승강기 공사물량은 총공사비의 5% 정도이며 한 건만 수주해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승강기 매출이 발생한다. 한국은 중국, 중동 두바이와 초고속 승강기 분야 세계 3위권 시장이어서 글로벌 승강기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오티스(대표 브래들리 벅월터)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개발에서 대규모 초고속 물량을 잇달아 따내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에 완공될 송도국제도시 동북아트레이드타워(300m)에 31대의 승강기를 납품한 것을 비롯해 인근 고층빌딩 4개 동에도 초고속 승강기 설치를 완료한 상황이다. 이 회사는 송도지구 고층빌딩의 승강기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동북아트레이드타워의 한 층을 임대해서 여의도 본사의 조직 일부를 이전하는 등 전사적 지원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대표 배진영)도 아파트용 저속 승강기의 수요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초고속 승강기시장에 대한 영업활동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회사측은 내년 하반기 쏟아질 초고층 빌딩의 승강기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자사의 절전형 승강기종에 유리한 스펙을 반영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대표 송진철)도 지난 4월 경기도 이천에 들어선 세계 최고 높이의 테스트타워를 활용해 외국계 기업이 석권해온 초고속 승강기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이 회사는 새 테스트타워를 통해서 연말까지 분속 600m급의 더블데크 승강기, 분속 1000m급 초고속 승강기를 잇따라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1년에 완공될 부산 최고층의 해운대 아이파크(292m)에도 승강기 공급이 거의 확실시된다. 권영민 현대엘리베이터 상무는 “내년 하반기는 넘어야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의 승강기 발주가 본격화되지만 사실상 영업경쟁은 이미 시작됐다”면서 “초고속 승강기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의 독점구도를 깨겠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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