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마트, 삼성테스코(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 할인점 ‘3인방’의 공격 경영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 할인점의 치열한 경쟁구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양상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우선 대형 할인점을 기준으로 펼쳐지던 경쟁 구도가 최근에는 대형슈퍼마켓(SSM) 사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주유소 등 할인점들의 차세대 수익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경쟁도 점차 가열될 분위기다. 회사별 사업전략의 변화도 경쟁을 더 가열시키고 있다. 삼성테스코의 홈에버 인수 이후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이마트와 1위 등극을 노리는 홈플러스간 선두 경쟁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또 할인점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중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서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이처럼 발빠른 점포 확대, 신규 사업 진출, 공격적 해외 진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유통업계 IT부문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IT는 비즈니스의 이네이블러(enabler)다. IT인프라 없이 점포를 개설할 수 없으며, IT 없이 마케팅 프로모션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국내외에 점포를 확대하고,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점포 IT인프라 구축 시간 단축 △매장별 매출 극대화 △협력사 등 공급망 고도화 △IT자원의 효율성 극대화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유통업계 ‘빅3’의 경쟁이 가열될수록 IT부문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3사의 핵심 경영전략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이마트는 국내외 시장에서 1위 자리 수성 △홈플러스는 이마트 추월 △롯데마트는 해외 시장 공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맞춰 각 사의 IT전략도 이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우선 홈플러스는 올해 안에 이마트의 아성을 넘어 넘어서겠다는 목표다. 부동의 1위였던 이마트도 열댓개 차로 좁혀진 점포 수를 보며 관망할 수 만은 없다는 속내다. 양사는 SSM 사업 영역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는 대형 할인점 5개과 SSM 30개, 홈플러스는 대형 할인점 4개과 100개 이상의 SSM 점포 추가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중국에 이어 인도네시아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또 SSM 시장에서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롯데슈퍼의 선두권 경쟁에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새로 가담을 선언하면서 경쟁이 뜨거워졌다. 이러한 규모 경쟁 외에도 3사는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한 모바일 업무환경 구현, 체계적 매대관리, 과학적 재고 관리 등 생산성 향상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양강구도’, IT전략 본격화=홈플러스는 홈에버 인수에 따른 시스템 교체와 통합 작업을 지난해 11월 완수했다. 예정보다 앞당긴 42일만에 초고속으로 완료했다. 당시 통합 작업에 집중했던 모든 IT역량을 올초 경영전략 지원 체제로 전환했다. 이마트를 제치고 할인점 업계 1위로 등극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홈플러스는 홈에버 인수로 늘어난 33개의 점포를 비롯해 올해 신규로 들어설 4개점과 새로 출점할 100개 이상의 SSM 점포 등 공격적 점포 확장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올해 IT투자의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또 기존 점포의 업무 효율과 인적 효율을 높임으로써 지난해보다 3조원 이상 늘어난 10조5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매장의 평당 매출을 늘리기 위해 매장 내 제품 배치와 인적 효율, 재고 최적화를 목표로 ‘SRD(Space, Range, Display)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빠르게 확대되는 매장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IT인프라 슬림화가 필요하다고 판단, 기존 시스템의 10% 이상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페이퍼리스(Paperless) 활동을 통한 프로세스 경영 체제도 더욱 강화한다. 이밖에 일정 기간동안 사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폐기하는 ‘삼진아웃제’도 도입한다. 강도높은 시스템 고효율화를 통해 IT 관리 포인트를 줄이려는 의도다.
이마트는 1위 수성을 위해 ‘디지털 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 년간 집중해 온 실시간 경영이 기반을 갖췄다고 판단, 현장에서 IT가 접목되지 않은 사각지대를 찾아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키고 업무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언제, 어디서나’를 모토로 모바일 프린팅 등을 통한 모바일 근무 환경 구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9월까지 POS시스템을 재구축, 계산시간을 단축하고 임대 매장에서도 PDA POS를 적용해 현장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과학적 재고분석시스템으로 군살도 뺄 계획이다. 단순히 물량 기준으로 파악하던 수준의 재고관리시스템을 선입선출 기법을 적용해 개선할 계획이다. 재고의 절대량 파악에서 더 나아가 그 중 ‘몇 %’의 재고가 ‘언제’ 팔렸는지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함으로써 비용절감과 매출 증진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정아름 신세계I&C 이마트팀 과장은 “시공간 개념을 접목한 입체적 재고 이력 시스템 체계를 정립 중”이라며 “확장된 데이터를 매장 마감인 12시부터 검품이 시작되는 6시 이전까지 분석 완료하기 위해 빠른 분석 역량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실시간에서 발전된 사전 예측 개념을 접목시킨 옐로 리포트 시스템을 통해 재고 운용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악재를 사전에 감지, 재고 관리 역량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중점을 두고 있는 공격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지난해 SAP ERP 기반 글로벌 패키지 개발을 완료하고, 해외 전 점포에 구축 및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해외 지점에 중앙관제시스템을 구축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점포 매출서버, 네트워크 장비, POS, PDA를 중앙감시하고 원격 제어하도록 해 점포 업무를 자동화하는 등의 모바일 오피스 구현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 본격화=해외 시장 개척은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 개발된 주요 정보시스템을 해외 점포에도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IT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진출한 20개 점포 이외에 올해 내 중국에서 8, 9개 점포를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최근 상하이에 물류센터를 오픈하고, 올 1윌에 데이터웨어하우스(DW)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물류 운용과 정보분석력을 한층 강화했다.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 새 물류센터 부지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공격적인 점포 확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중국 베이징 신규점(중국 내 10호점), 칭다오 2호점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에 19개 점포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문화를 비롯해 각기 다른 지역별 특성과 재무·회계 등 법 규제를 고려한 현지형 시스템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
◇IT 시스템도 ‘친환경 경영’ 한몫=올해 들어 풍력·태양광발전, 비닐없는 장보기 등 친환경 점포 구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대형 할인점들은 IT측면에서 서버 가상화를 통한 전력소모량 및 비용절감에 앞장선다.
홈플러스는 2007년부터 업계 최초로 서버 가상화를 시작해 지난해 이미 연 4000만원 가량의 전기료를 줄였다. 올해도 그에 상당하는 전력사용량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김동진 삼성테스코 상무는 “이는 나무 9000 그루를 새로 심는 효과”라며 “내년까지 모든 서버의 가상화를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초까지 윈도NT 계열 서버 가상화를 우선 완료하고, 이어 유닉스 서버 가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마트도 올 하반기부터 스토리지 가상화를 통해 노후 스토리지를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뒤이어 서버 가상화도 검토 중이다. 정아름 신세계I&C 이마트팀 과장은 “노후된 스토리지 교체시 다른 시스템의 중단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교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유지보수 비용만 3년 안에 약 50% 이상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구로동 신세계I&C에 소재한 이마트 데이터센터의 스토리지부터 우선적으로 시행해 점포 대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내년 이후 서버 가상화에 돌입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도 개발 서버를 시범적으로 가상화하는 등 호환성을 고려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마트는 전력소모량 절감의 방편으로 지난해부터 IT시스템 개발시 기안지에 ‘예상 전력소모량’을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PC 전력을 절감시킬 수 있는 별도의 PC 전력 절감 솔루션 도입도 검토 중이다. 올해 초 중국과 한국간 영상회의 시스템도 도입했다. 홈플러스는 IT 시스템의 ‘사후검증제’, 롯데마트는 ‘개발실명제’를 통해 IT시스템의 무분별한 개발과 도입을 막는 특단의 조치를 계획하고 있다.
◇보안 체계 가능=대형 할인점들은 강화되고 있는 법·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말 DB접근통제와 고객정보암호화 솔루션을 도입해 보안 체계를 업그레이드했다. 홈플러스는 국내 법규 뿐만 아니라 영국 본사가 적용하는 글로벌 기준도 준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높은 수준의 보안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사내에 KISC(Korea Information Security Committee)라는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고객정보보안 등 다각도의 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홈플러스는 셀프계산대(SCO, Self Check Out)를 올해 안에 전 지점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열센서를 이용한 계산대 대기인원 분석 시스템도 적용한 바 있다. 시간대별로 계산대 대기 인원 수를 수집 및 분석해 계산대 직원 배치를 효율화한다. 이마트는 국산 SCO 장비 8대를 3개점에 도입한 바 있으며, 다른 점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RFID를 접목한 단품관리시스템도 상반기 중에 개발 완료할 계획이며, 물류부터 판매까지 RFID를 적용한 사례로는 유통업계에서 국내 최초 사례가 될 전망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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