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숙원인 ‘방송 총량제’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9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허원제(한나라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애니메이션·캐릭터 산업 활성화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아이들이 실제 시청 시간대에 작품을 방영할 수 있도록 현행 방송 총량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 당국과 입법 관계자들이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제도 개선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방송 총량제는 지상파 방송국이 전체 방영시간의 1%를 새로 제작된 국산 애니메이션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한 제도로 2005년부터 시행 중이다.
토론회에 참가한 업계 관계자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의무시간을 채우기 위해 심야시간이나 오후 4시 등 시청률이 취약한 시간대에 애니메이션을 집중 편성해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규 아이코닉스 이사는 “총량제 시행 후 신규 애니메이션 제작은 늘어지만 실제 시청자들이 보는 시간에 방영이 배제되는 문제점이 발생됐다”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황금 시간대에 국산 애니메이션을 방영할 때 가점을 주고, 심야·새벽 시간 등에 방영할 경우 총량제 쿼터에 반영하지 말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재 지상파 방송에만 적용 중인 총량제를 케이블TV, 위성TV, IPTV 등 다른 미디어 플랫폼에도 확대 적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는 총량제 재정비 및 확대로 유통 환경이 개선되면 노출이 늘어나고, 부가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당국 및 입법 관계자들은 제도 검토를 시사했다. 김영관 방송통신위원회 편성평가정책과장은 “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 마련에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며 “정해진 시간은 반드시 방영하게 하는 호주의 강력한 편성규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허원제 의원은 “콘텐츠는 현정부가 추구하는 녹색성장과도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며, 지원을 강화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겠다”며 관련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상파방송국 측은 총량제 유지 및 확대에 난색을 표했다. 규제보다는 방송발전기금 활용 등 실질적인 지원을 통한 육성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토론회에서는 기금 조성, 세제 지원, 제작비 쿼터제 도입 등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논의됐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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