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만화] 김진태 작가/윤승운 화백의 ‘요철 발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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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좋아했던 만화가 ‘요철 발명왕’ ‘톰과 제리’ ‘바벨2세’ 3편이에요. 그중 요철발명왕은 유머 감각이 뛰어나 제일 재미있게 본 만화였습니다.”

 ‘시민 쾌걸’ ‘사또 인 다 하우스’의 김진태 작가(41)는 “내 인생의 만화는 인생을 통틀어 평생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작품인데 순수했던 시절 마음 속에 자리 잡았다”며 윤승운 화백의 요철 발명왕을 꼽았다.

 김진태 작가가 초등학생이던 1970년대는 명랑만화의 인기가 대단했다. 그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명랑만화가로는 길창덕·신문수·윤승운 화백이 있었다. 김 작가는 “길창덕 선생님의 만화는 그야말로 정통파 메이저 스타일의 개그였고, 신문수 선생님은 독하고 강한 개그가 강점이었으며 윤승운 선생님의 만화는 재기발랄한 분위기의 유머였는데, 특히 좋아하던 취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명랑만화 분야에서 좋은 만화도 많이 나오던 시기였는데 그 흐름이 지금까지 유지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요철 발명왕을 기억하는 그 또래 독자들이 어린시절 만화 속 장면을 그대로 따라했듯이 김진태 작가 역시 유사한 경험이 있다.

 그는 “요철이의 작업실 같은 것을 가지고 싶어서 지하실에 들어갔다 꼽등이 떼에 놀라서 도망쳐 나온 적도 있고, 발명도 해보겠다고 했는데 결국 포기하고 그때부터 이과와는 담을 쌓았다”고 회상했다. 발명보다 그림과 이야기 만드는 데 소질이 있었던 그는 동네 골목에서 요철 발명왕을 모사한 만화를 그리고 동네 친구들을 모아 상영을 하기도 했단다.

 “볼록렌즈로 만든 태양열 발전소 같은 것도 그려보고 초대형 세탁기에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면 옷이 걸레가 되는 것이 너무 웃겨서 흉내내기도 했어요. 쉬워보였는데 그 아이디어를 따라 그리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어린 시절부터 윤승운 화백의 만화를 따라 그리다 보니 김진태 작가의 작품에도 그 영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낙천적인 캐릭터,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화 전반에 유지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장점을 구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토록 좋아하고 존경하는 윤승운 화백을 그는 만화를 그린 지 20년이 다 되도록 개인적으로는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존경하는 대스승님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도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작품 활동을 하는 선배를 보며 “평생을 그분처럼 열심히 정열적으로 만화 그리시며 현역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없다”며 “만화가로서 모범적인 삶”이라며 추앙했다.

 김진태 작가는 “30년 전에도 꿈과 즐거움을 주셨던 분이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계신다는 사실은 굉장한 일이기도 하다”며 “명랑만화라는 장르가 평가받지 못한다고 해도 윤승운 선생님의 작품은 지금보다 더욱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철 발명왕을 읽고 따라 그린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김 작가는 “지금 보면 요철 발명왕은 더 반가운 작품”이라고 했다.

 “1980년대는 저도 공부를 할 때라서 윤승운 선생님의 후기 작품을 잘 보지 못했어요. 그래도 요철 발명왕이나 두심이 표류기를 그리실 때 창작자로서 아이디어가 절정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향수와 추억에 잠기게 해주는 이 작품이 다른 만화와 비교했을 때 가장 애정이 갑니다.”

◆요철발명왕은?

 ‘발명’을 소재로 최초로 만들어진 옴니버스식 명랑만화다. 윤승운 화백이 70년대 이 만화를 연재할 당시 기발한 발명품과 아기자기하고 코믹한 스토리 전개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아빠 몰래 지하실에 비밀 발명연구소를 차려놓은 말썽꾸러기 ‘요철’. 하지만 발명의 성과물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일은 거의 없고, 사고만 일으켜 꾸지람을 듣기 일쑤다.

 클로버 문고에서 25권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됐지만 현재는 절판됐다. 부천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김진태 작가는?

 재기 발랄한 줄거리 전개 능력에다 익살과 세련미를 갖춘 그림체로 자신만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작가다. 1990년대 초 대한민국 황대장으로 한국 만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신세대 독자층에 ‘엽기성 만화재미’를 듬뿍 선사한다.

 한 스포츠신문에 연재한 ‘시민쾌걸’ 이후 식지 않은 인기를 확보하고 있다. 변화무쌍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내용전개, 감칠맛 나는 신세대의 용어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그는 어린이를 위한 만화도 준비 중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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