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생존을 위한 이익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게 된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 활동을 펼치거나 원가절감 역량을 높인다. 그 중 내부경쟁력 확보를 위해 하는 경영활동중의 하나가 공급망관리(SCM)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럼 현재 많은 기업에서 기간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는 ERP 시스템이 이러한 SCM활동을 충분히 지원하고 있는지 혹은 추가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이 더 필요한지에 대해서 경영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적지 않은 경영진들이 기존 혹은 새로 도입된 ERP가 이러한 부분들을 대부분 지원한다고 생각해, 추가적인 솔루션 도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ERP의 영업관리, 생산관리, 구매관리, 재고관리 등의 기능들만으로도 충분히 지원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추가적인 솔루션에 대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ERP의 대부분 기능들은 트랜잭션(Transaction) 처리 위주로 설계가 된 관계로, SCM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는 기능적 한계가 있다.
예를 들면, 생산기지를 전세계에 10개를 가지고 있는 제조회사가 있다고 하자. 동일한 제품을 제조원가, 고객납기 등의 여러 가지 제약에 맞춰 빠른 시간에 시뮬레이션을 해서 경영진이 생산지 결정을 해야 한다고 할 때, 기존 ERP의 생산계획기능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 알고리듬 부재, 빠른 연산기능 부족 등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 ERP와 SCM의 역할을 나누어 따져 보면, ERP는 SCM의 기반 정보로 트랜젝션 데이터(SO, PO, 재고 등)를 제공하고, SCM의 공급망계획(SCP)은 ERP에서 제공된 정보를 기초로 하여 여러 제약조건을 감안한 계획정보(생산, 구매계획 등)를 생성한 후에 ERP로 넘겨 주어 실행을 하게 해준다. 즉, 실행과 계획의 역할 구분이 ERP와 SCM을 나누는 기준으로 볼 수 있다.
계획(생산, 배송계획 등)이 유의미한 숫자가 되기 위해서는 ERP에서 이루어지는 데일리 오퍼레이션의 결과값들이 정보와 실물의 흐름 속에서 정물 일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SCM은 이러한 데일리 오퍼레이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서 밸류 체인(Value Chain)간 최적화를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물동관리의 수준이 월 단위의 결산에 머물고 있다면, 공급망계획(SCP)을 주간 단위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정확한 재고, 생산실적, 구매정보를 적어도 주간 단위로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SCM의 기능들이 기간시스템인 ERP에 정확한 데이터를 만들어 주지 못하면 작동이 안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SCM의 도입을 논의할 때, 그 회사의 기간시스템(ERP포함)에 대한 준비성을 충분히 검토한 후 SCM의 도입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현재 사용하고 있는 ERP 시스템의 활용도를 높이고, 의사결정 시스템으로서의 SCM의 기능을 극대화 할 수가 있을까? 몇 가지 변화 및 관리의 포인트를 살펴 보도록 하자.
첫째, 기준정보 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라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ERP의 모든 트랜젝션 데이터의 정합성은 기준정보의 정확도에 의해서 좌우가 된다.
대부분 기업들이 ERP를 활용하면서, 기준정보의 중요도에 대해서 전문 컨설턴트로부터 많은 교육을 받고 실행한다. 그러나 정확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프로세스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입력주체가 분산이 되어 있거나, R&R이 불분명한 채로 진행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사차원의 마스터 데이터 관리조직을 만들어 집중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안정화가 이루어진 뒤에는 워크 플로우 등을 구현해 자동화,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꾀해야 한다.
둘째, 계획의 주기와 물동 결산의 주기를 동기화 하라
계획의 주기가 주 단위 이면, 물동 결산의 주기는 적어도 주 단위보다는 짧아야 한다. 실제 운영에서는 쉽지 않은 프랙티스이다. 전 부문 특히 관리부서에서 결산주기를 짧게 가져가는데 기반해 실행을 하여야 된다. 월에서 주로, 주에서 일로 물동결산이 이루어지면, 판매추이에 따른 수정계획 및 what-if 시뮬레이션이 월→주→일단위로 나와 경쟁사보다 더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질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보면 주 단위 혹은 일 단위 결산을 하게 되면, 이론적으로 월 마감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월 마감 시는 정합성을 점검하는 프로세스만 수행하면 되니까 결산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자재관리부터 일 마감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셋째,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보고 체계를 구축하라
ERP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수주에서 출하정보까지 다양한 정보가 존재한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정보를 다양한 사양으로 보기 원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패키지에서 제공하는 표준 리포트는 이런 다양한 정보를 주지 못한다. 이런 불만족은 사용자의 사용률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기도 하다. 시스템 접근성이 떨어지면, 물동 정보를 주기적으로 보정하는 프로세스가 느슨해진다. 간결하고, 체계적인 리포팅 기능을 보완하여, 사용자의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같은 기능을 활용하여, 리포팅 기능을 통합 할 수도 있고, 레거시 시스템에 오랫동안 사용한 포맷을 참고하여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통합된 리포팅 체계를 구축해도 좋을 것이다.
넷째, SCM 구축 시 ERP와의 통합 모델링을 설계하라
보통의 기업들은 기간시스템인 ERP를 먼저 구축하고, 후에 SCM, CRM, BW등을 구축을 하는 수순을 거친다. 이러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후에 들어올 추가 시스템을 고려치 않고 기간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 경우, 추후 확장 시스템 도입 시에 대규모 재공사를 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되도록 초기 고려 시부터 통합된 설계 로직을 가진 회사의 시스템을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유리한 부분이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ERP에서 정해진 룰 및 프로세스를 잘 지키면서 오퍼레이션을 하는 기업들은 SCM을 추가로 구축할 때, 빠른 시간 내에 안정화를 이룰 수 있다. ERP를 단순한 IT시스템으로 생각하면, 구축 후 회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발휘할 수 없다. 구성원의 직무체계를 바꾸고, 역량을 높이는 핵심 프로세스로 인식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또 ERP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그 위에 세우게 되는 SCM의 비전은 사상 누각이 될 수 있다. 구축이 된 후 기능 및 프로세스 업그레이드를 원할 시 더 많은 자원 및 시간이 투입이 되고, 그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 ERP를 구성하는 핵심 프로세스별로 부분 최적화가 아닌 공급망 전체를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SCM만 도입되면, 물동 운영의 모든 이슈들이 다 해결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기본에 충실한 물동관리 역량을 올릴 때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영수 LG전자 HAC SCM팀 팀장
youngsooyi@lge.com
이영수 팀장= 현재 LG전자 가전사업본부 및 에어컨 사업본부 SCM 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SAP코리아 총괄이사, 액센츄어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ERP 초기 도입 시점부터 컨설턴트로 활동, 하이테크 산업에서 다수 물동관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SCM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하이테크·CPG·화학·철강 등 다양한 산업에서 SCM 프로젝트 마스터플랜 수립 및 ERP와 SCM간 통합작업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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