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실 부동산에 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직격탄으로 시작됐다.
때마침 UN(국제거래법위원회)을 중심으로 부동산이 아닌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동산이나 채권 및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기업에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에 관한 논의가 최근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중 지식재산권 담보(security interest on intellectual property)란 기업 등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저작권·디자인·상표·영업비밀 등의 지식재산권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그 가치를 평가해 자금을 융자받는 제도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기업의 매출채권·동산 및 지식재산권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금융을 받는 제도가 잘 정착돼 있어서 기업의 기술 및 콘텐츠 사업화에 기여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는 IP 담보의 인식이 매우 낮고 관련 법·제도 및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그간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를 확대해온 결과 경제규모에 비해 R&D 투자규모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으나 그에서 산출되는 기술이전 및 사업화 성과는 저조한 편이다. 기술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서 사업화 자금의 부족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금융은 부동산 및 영업실적 중심으로 편중돼 있어 신기술, 신콘텐츠 기업의 지원이 사실상 부재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법무부는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부동산에 편중돼 있는 대출용 담보재산의 범위를 동산과 채권 및 지식재산권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산, 채권 및 지식재산권 등의 담보에 관한 특례법(안)’을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기업이 매출채권, 재고자산, 영업자산 등을 담보로 필요한 자금을 융자받으면 채권자의 담보권을 등록할 수 있는 새로운 공시제도의 도입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저작권법·특허법 등의 법률에서도 개별 지식재산권에 질권 설정을 할 수 있는 기본 규정들을 이미 마련하고 있으나 IP 담보 활성화를 위한 충분한 요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또 실무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IP 담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담보물에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평가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 또 현행 지식재산권법에서 허용되지 않는 담보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래에 제작될 영화의 저작권, 즉 장래에 발생할 권리에서도 담보권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고, 담보권자가 설정된 담보물의 가치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상표권의 등록을 갱신할 수 있도록 하거나 담보 목적물인 지재권에 침해가 발생하면 담보권자가 소제기로 침해중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라이선서(licensor)가 도산하게 되면 라이선시(licensee)와 담보권자 보호를 위해 파산관재인이 라이선스 계약 해제권을 제한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계속해 영업활동의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도산법의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콘텐츠 기업의 금융확대를 위해 지재권을 다른 동산이나 채권 등 담보목적물과 함께 일괄해 담보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지식기반경제에서 기술력과 창의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콘텐츠 기업의 사업화 및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IP 금융의 제도적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손승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legalssw@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