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리얼 그린 비즈니스] (2부-3) 한국의 스마트그리드 추진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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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5일부터 사흘간 서울 신림동 서울대 기초전력연구원에서 열린 ‘스마트그리드 로드맵 추진 5개 분과위 합동 워크숍’.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스마트그리드의 추진 방향을 놓고 열띤 논쟁을 펼쳤다.

 스마트그리드를 미국·유럽 등 선진국 스타일로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만의 독자적인 모델을 추구할 것인지가 바로 이번 격론의 핵심이었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선택에 따라 로드맵의 비전과 목표는 물론이고, 기술개발과 수출전략이 모두 바뀌기 때문이다.

 손성용 경원대 정보통신공학과 교수가 이날 스마트그리드 전문가들을 상대로 조사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그리드가 한국형과 선진국형으로 달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3%가 ‘같아야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47.7%는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4.6%포인트가량의 차이는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둘로 갈리는 양상이다.

 그럼 먼저 미국·유럽형과 같아야 한다는 의견을 들어보자. 동일형 찬성론자들은 그 이유로 국제 표준에 대비하고,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서라는 근거를 든다.

 특히 정부가 스마트그리드를 반도체나 조선·자동차처럼 수출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거는 설득력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스마트그리드형이라는 LS산전이나 옴니시스템·누리텔레콤 등의 제품을 보면 ABB와 지멘스·아레바 등 유럽 중전기기 업체들의 것과는 너무 다르다”며 “추진배경이 틀려서 그런지 미국이 추구하는 스마트그리드와도 개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같은 상태로 이른바 ‘한국형 스마트그리드’가 만들어진다면 국제무대에서 따돌림받을 수밖에 없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혔다.

 하지만 우리만의 독자 모델 구축을 주창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단 한국·미국·유럽이 모두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려는 목적과 배경이 다르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003년 국가 재앙급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은 미국은 신뢰성과 안정성을 가진 전력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현대화·지능화된 송배전 시스템 구축을 스마트그리드의 핵심목표로 삼는다. 반면에 유럽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높이고 미래 전력수요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전력공급망 구축에 스마트그리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가격·사용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효율을 최적화하고 전력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역점을 두는 상태여서, 굳이 미국·유럽의 구축 목적까지 충족시킨 모델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호준 지경부 전력산업과장은 “미국·유럽형 스마트그리드를 무작정 따라할 생각은 없다”며 “각국의 환경에 따라 그 나라의 스마트그리드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논란 자체가 소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윤용태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미국형이니 유럽형이니, 아니면 독자형이니 하는 것은 기술적인 세부 사항이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며 “이보다는 실시간 전기요금제의 시행 등 법·제도적 장벽과 정책적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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