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제조사들의 지나친 몽니에 국내 유통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둘러 주문을 넣고 있지만 일본 제조업체들은 일부러 제품 공급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가격통제를 위해 특정가격 이하로 판매할 경우 제품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엄포까지 놓고 있다.
21일 인터넷몰 등 유통업계에 따르면 닌텐도 위와 DSLR 등 일본 IT제품의 경우 인터넷몰에 올라오면 곧바로 매진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도 있지만 공급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명 인터넷몰에서 판매되는 DSLR의 재고는 수십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일본 디지털카메라 브랜드로 4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롯데홈쇼핑도 올해는 겨우 한 달에 한번 방송을 편성할 정도다.
인기 제품들이 부족하자 웃돈을 주고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도 있다. 지난 3월에는 닌텐도 위를 구입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정품을 사려는 소비자들도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젊은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캐논 DSLR 카메라 5D마크2의 경우 선급금을 주고 제품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웃돈을 주고 구입하겠다는 광고를 인터넷에 버젓이 게재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올 초 엔고, 원화 약세로 인해 일본 제조업체들이 한국 내 판매물량을 확 줄였다”며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일본 총판에서 여전히 한국시장에 물량을 푸는데 인색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적정 재고를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하면 경쟁자가 시장점유율을 가져가고, 공급이 지나치게 높으면 가격이 내려간다. 그러나 일본 IT업체들은 기술력을 통해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자들에게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할 염려가 없다. 이들 제품을 대체하거나 위협할 만한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IT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몰 고위 관계자는 “닌텐도는 한국 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가격통제를 위해 특정 가격 이하로 자사 제품을 판매할땐 해당 밴더에게 물건을 주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한다”며 “가격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몰에서 조차 닌텐도 위의 가격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용어해설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 : 원래 해자는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성 주변을 깊이 파서 외적이 성벽을 오를 수 없게 하는 구덩이를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서 다른 기업이 쉽게 뛰어들거나 모방할 수 없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을 때 해자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른 말로 ‘프랜차이즈 밸류가 크다’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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