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주도해온 순수 전기차 시장에 주요 대기업의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업체를 비롯한 부품분야 대기업들은 전기차 시장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엔진이 필요없는 전기차의 확산은 기존 자동차 사업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들어 정부의 전기차 육성책이 본격화되고 도로주행이 가능한 국산 전기차가 속속 등장함에 따라 대기업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전기차 시대를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선점하자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정부의 친환경 도시개발사업에서 참여하기 위해 뉴SM3를 전기차로 개발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전기차를 제조할 경우 초기에는 일본 르노 닛산이 개발한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100% 그대로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르노 닛산은 내년 연말 이스라엘에서 준중형차 ‘메간’의 전기차 버전을 시판할 예정이다.
프랑스에서 인기 높은 메간은 1600cc 엔진을 장착한 준중형차이며 SM3와 동급이다. 전문가들은 르노삼성이 SM3 전기차에 국산 부품을 채용하려 해도 신뢰성 테스트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국내 전기차 부품업계에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대차와 삼성SDI 등도 이달초 미국의 전기차 인프라 전문업체 베터플레이스 관계자와 접촉하면서 전기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베터플레이스는 이스라엘, 덴마크, 호주 정부와 손잡고 국가 단위의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하고 전기차를 임대해주는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주 일본에서 자동차 주유시간보다 빠른 1분만에 전기차의 내장형 배터리를 교체하는 자동 스테이션을 세계 최초로 공개해 주목받기도 했다. 코트라(KOTRA)의 한 관계자는 “최근 베터플레이스와 대형 그룹사들이 잇따라 만나면서 기술정보를 활발히 교환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오는 20일 발족하는 한국전기자동차산업협회에도 중소기업 외에 삼성, LG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대기업의 잇따른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 중소 전기차 업체들은 초기 시장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소 전기차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모범사례를 보여준 사례가 드물다”면서 “대기업들이 자체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외산부품의 조립생산이 아니라 국산부품을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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