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주민번호 데이터베이스(DB)가 단 한 건도 암호화돼 있지 않다는 소식이다. 가장 기초적인 개인정보인 주민번호 DB가 무방비로 방치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일반 행정DB의 암호화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 들어 CJ그룹·SK텔레콤·KT·농심 등 민간 기업이 고객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DB 암호화에 속속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주요 DB보안 업체가 DB 암호화 프로젝트를 수행한 실적을 비교해 봐도 그렇다. 공공기관이 DB 암호화에 나선 것은 겨우 200여곳에 불과하고 아예 8000곳 이상의 공공기관은 추진조차 하지 않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주민번호 DB 원본이 유출될 시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을 정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그래서 나왔다.
그런 때문인지 정부 유관부처는 지난주 ‘주민번호 유출 근절 대책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때뿐이다.
기획재정부와 내년 예산 협의에 들어간 행정안전부가 최근 주민번호 DB 암호화 관련 예산을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전액 삭감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고작해야 “주민번호와 암호화된 주민번호가 검색 시 매칭되지 않는 기술적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면서 “문제를 해결한 이후에는 예산을 배정받지 못했다”는 답변이 전부다.
심각한 문제다. 눈을 뜨고 나면 해킹위협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할 정도로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정부 부처의 이 같은 인식이 놀라울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법이 문제라면 이를 개정해서라도, 예산이 문제라면 재정당국을 설득해서라도 반드시 이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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