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방송되는 100여개의 채널(그것도 HD 고화질로), 수술하는 로봇, 누구나 공짜로 볼 수 있는 백과사전, 지구상 어디서나 대화할 수 있는 조그만 이동식 무선 전화기, 손가락 마디만큼 얇은 대형 텔레비전.
지금은 누구나 당연히 여기는 이러한 일들이 30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에 지나지 않았다. 이 모든 눈부신 발전과 혁신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IT가 있었다.
향후 30년 동안 인류의 소통과 지식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현상을 하나 꼽는다면 그것은 바로 인터넷이다. 100년 전 테슬라에 의해 구현된 교류 전기가 현재 우리가 영위하는 전기 문명의 기반이 된 것처럼 인터넷은 초기의 닫혀 있던 컴퓨팅 환경의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정보가 어디로든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는 유비쿼터스 정보 문명으로 갈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창조했다. 그리고 그 새로운 틀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발전된 차세대 IT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바로 이러한 유비쿼터스 정보 문명을 가능하게 하는 차세대 IT 인프라의 기술적인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기술발전의 태동기기 때문에, 마치 교류 전기를 초기에 유럽에서 50헤르츠(㎐), 미국에서는 60헤르츠(㎐)를 주장하고, 거기에 수많은 아류 주파수와 기술이 혼재하면서 발전해 왔던 것처럼, 클라우드 컴퓨팅도 당분간 그 이름만큼이나 뿌옇게 여러 가지의 아이디어와 구현 방식들이 시장에서 혼재하며 경쟁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다. 물론 전기처럼 나라별로, 제품별로 그 수많은 다른 모양의 콘센트를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좀 더 기술적으로 얘기하자면,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기업이나 사용자가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각종 프로그램 등의 복잡한 인프라 구조를 고민할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나 업무 처리를 다양한 종류의 고정식 또는 이동식 기기로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환경과 기술을 의미한다.
마치 우리가 전력이나 수돗물을 사용하기까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복잡한 공급 메커니즘까지 알 필요가 없듯이 기업 또는 개인의 IT 서비스 또한 복잡한 인프라를 구름 속에 넣어두고 유비쿼터스 개념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클라우드 컴퓨팅이 차세대 IT 인프라의 답이 될 수 있는가.
첫째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제공하는 비용절감과 효율성이다. IT 인프라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고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본 모델은 모든 IT 인프라 요소를 다 구입해 소유하고 관리해야 하는 기존의 접근방식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둘째는 최근에서야 기술의 발전이 이러한 모델의 실제적 구현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위해서는 자원의 활용성을 높여주는 가상화 서버 기술과 안정성을 위한 보안 기술, 그리고 정보의 저장과 관리를 보장해주는 가상 스토리지 기술이 필수적이다.
세계적 시장조사업체인 IDC는 향후 4년간 전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의 IT 지출이 3배 가까이 증가하여 비즈니스 IT 지출 성장분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현재 많은 글로벌 IT 기업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차세대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삼아 인수합병 및 전략제휴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IBM, HP 등 해외 유명 IT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으로선 최초로 SK텔레콤이 5대 성장기술 분야 중 하나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선택했다. EMC 또한 과거 정보 저장과 관리 중심에서 이제는 자회사이자 가상화의 선두기업인 VM웨어와 함께 미래의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아직까지 비즈니스 현업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류 전기가 인류의 생활 방식을 서서히, 그러나 결국 완전히 바꾸었듯이 미래의 인터넷 기반의 정보사회를 지원하는 IT 인프라 역시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유비쿼터스 정보 문명의 시발점에 서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차세대 IT 인프라, 클라우드 컴퓨팅일 것이다. 기업의 IT 담당자나 CIO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경진 한국EMC 사장 kim_kevin@em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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